전세가격 상승이 민간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5일 한국은행의 '전세가격 상승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 분석자료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물가의 상승분을 제거한 실질 전세가격이 1% 오르면 민간 소비는 장기적으로 0.18%, 단기적으로 0.37%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소비 대상별로는 전세가가 1% 오를 때 장기적으로 내구재 소비는 0.83%, 서비스 소비는 0.34%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990년 1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가처분소득, 주택매매가 등 소비에 영향을 주는 나머지 변수를 통제하고 전세가와 민간소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로, 전세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소득이 이전되는 거래이지만 소득 계층간 소비성향의 차이, 유동성 제약 등으로 소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평균 소비성향이 높은 중·저소득층에서 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으로 현금이 이전되면서 소비 감소를 불러온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이 분석 자료를 통해 "전세가격 오름세가 지속하면 중·저소득층의 내구재 및 서비스 지출을 중심으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KB국민은행이 매달 조사하는 주택가격 지수 기준으로 7월 말 기준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2년 전보다 12.6% 오른 상태이며, 소비자 물가가 이 기간 2.9% 올라 전국의 실질 전세가는 9.7% 상승한 만큼 한은의 추정이 맞다면 최근 2년간의 전세가격 상승은 장기적으로 민간 소비를 1.7%가량 갉아먹는 셈이다.

또한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1.1% 성장했지만 소비는 0.6% 증가에 그쳐 내수 부진이 경제 회복의 난제로 지목되고 있으며 전세가격 상승은 현재도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세가격의 상승은 부유층의 자산 구조도 바꾸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다주택자가 많은 순자산 상위 20%(5분위)의 부채 가운데 임대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9.9%에서 2012년 43.4%로 높아진 반면, 순자산 최하위 20%인 1분위는 이 비율이 5.7%에서 4.3%로 낮아졌다.

2분위(16.9%→12.0%), 3분위(21.5%→19.7%), 4분위(32.5%→29.2%) 등 5분위를 뺀 나머지 계층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