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중구 왕산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오토캠핑장에 캠핑트레일러 수십대가 열을 맞춰 놓여 있다. 오토캠핑장 간판을 달고 사실상 숙박업을 하는 이러한 오토캠핑장은 소방점검이나 위생점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관계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조재현기자
'오토캠핑장인가? 숙박업소인가?'

최근 오토캠핑(자동차야영장)이 대표적인 여가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일부 오토캠핑장이 사실상 '숙박업'으로 운영되고 있어 논란이다.

14일 오전 인천시 중구 왕산해수욕장.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한 오토캠핑장에는 캠핑트레일러(카라반) 70여대가 열을 맞춰 놓여 있다. 이상하게도 캠핑트레일러를 끄는 캠핑카는 찾아볼 수 없다.

캠핑트레일러 벽면에는 에어컨 실외기와 LPG통이 설치돼 있고, 바로 옆에 바비큐 테이블이 놓여 있다.

캠핑트레일러 안을 살펴보니 TV, 냉장고, 전자레인지, 샤워실 등 각종 시설이 갖춰져 있다. 사실상 '숙박시설'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오토캠핑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곳은 산림청 소유의 국유지를 무단 점유해 오토캠핑장을 조성했다.

업주는 "오토캠핑장 운영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벌금(공유지 무단점용 사용료)을 물면서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캠핑장 직원은 "성수기라 (캠핑트레일러)6인승은 4인 기준만 18만~24만원을 받고 있다"며 "방에 시설이 다 갖춰져 있으니 몸만 오면 된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이 오토캠핑장들은 관할기관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자동차야영장업 또는 관광숙박업으로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토캠핑장은 관광진흥법에서 '자동차야영장업'으로 분류돼 일정 요건을 갖추고, 지자체에 등록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전국에서 자동차야영장업으로 등록된 업소는 모두 21곳이고, 인천은 강화도와 중구 영종도 2곳뿐이다.

이 오토캠핑장들은 2차선 이상 진입로와 전기·통신시설, 오·폐수 처리시설,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공터에 이용객이 직접 차량과 텐트를 가지고 와서 야영을 하는 방식이다.

가격도 1박에 2만5천~3만5천원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무등록 오토캠핑장들은 진입로 확보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등록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담당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명이다.

또 오토캠핑장 내에 캠핑트레일러를 놓고 숙박업을 하는 것에 대한 규정도 아직까지는 없다.

따라서 오토캠핑장 간판을 달고 사실상 숙박업을 하는 곳들은 관광숙박업의 각종 인·허가 절차는 물론 소방점검이나 위생점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왕산해수욕장의 오토캠핑장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캠핑트레일러에 연결된 LPG통과 에어컨 실외기들로 인해 화재위험에 노출돼 있다.

오·폐수 처리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최근 인천시 특별사법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문광부는 숙박업 형태로 영업을 하는 무등록 오토캠핑장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문광부 관계자는 "최근 여가문화로 주목받고 있는 오토캠핑장의 활성화와 제대로 된 관리를 위해 실태조사 중이다"며 "내년께 캠핑트레일러를 설치한 오토캠핑장의 업종화·양성화를 위한 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