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장판으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 바닥재 생산에 환경호르몬성 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못쓰게 됐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행에 따라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들어간 기존 제품이 다시 신제품의 원료로 활용될 수 있고, 종전 규정에 따라 생산된 재고도 유통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이 작년 4월 말 고시한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1년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달 2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은 PVC 바닥재 생산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 성분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PVC를 부드럽게 만드는 특성이 있어 대다수 업체가 사용해 왔지만 내분비계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개정안 시행에 따라 지난달 26일 이후 생산된 제품은 프탈레이트계 함유량 기준을 충족해야 국가인증통합마크인 'KC마크'를 달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업체는 아직 재고가 쌓여있는데다 신제품 생산때 기존제품을 재활용하는 업계의 관행때문에 한동안은 이 성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업체들은 새 아파트에 납품한 제품의 경우 AS를 위해 3년치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 규정 등으로 인해 재고가 많다.

중견 A업체 관계자는 "개정안 시행 이전에 생산한 재고분은 올해 말까지 소진해야 하는데 건설 경기가 워낙 악화돼 쉽지 않다"면서 "새로 만드는 친환경 제품까지 더해져 이중으로 판매 부담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안에는 재고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건자재업체가 재고분을 건설업체에 '떨이'로 넘겨버리면 개별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기표원의 한 관계자는 "과도기에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제품을 고를 때 KC마크를 꼼꼼히 확인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KC마크가 찍힌 신상품이라고 해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대다수 업체가 원가 절감과 폐기물 감소를 위해 기존 제품을 새 제품의 원료로 재활용하기 때문에 헌 제품이 재활용 원료로서의 수명까지 다하기 전에는 프탈레이트계 검출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기표원도 프탈레이트계 검출을 전면 금지하는 대신 제품별로 상부층 1.5∼3% 이하, 하부층 5.0∼10.0% 이하의 허용량을 제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판은 통상 전세 기간에 맞춰 2년 단위로 교체한다"면서 "7월 말부터는 프탈레이트계를 안 쓰고 있어 약 4년 정도 지나면 원료용 상품도 친환경으로 교체돼 검출량이 0%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