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후 이유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는 1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나란히 증인으로 출석시켜 첫 청문회를 열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이 인터넷상에서 댓글 게시를 통해 선거개입을 했다는 의혹과, 댓글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은폐·축소됐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국기문란'이라고 몰아붙였으나 두 핵심 증인은 이를 시종일관 전면부인했다.

두 증인은 선거개입 혐의 등으로 자신들을 기소한 검찰 공소장을 부인하는 한편,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청문회 사상 처음으로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진실규명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게 중론이다.

청문회 참석을 예고한 김용판 전 청장은 이날 오전 10시 청문회 시작과 함께 출석했고, 건설업자 금품수수 혐의로 수감 중인 원 전 원장은 오후 출석했다.

원 전 원장은 북한이 2009년부터 사이버전을 강화함에 따라 국정원도 대북심리전단을 편성했고 그 활동의 일환으로 댓글 작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북한이 우리 인터넷을 해방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 전 원장은 심리전단의 댓글 작업에 대해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에야 알았다"면서 '노무현 정부' 때도 국정원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등의 사안에서 홍보성 댓글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대화록 내용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13일 당시 권영세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이와 관련한 민주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유출 의혹에 대해 "국정원에서 대화록을 유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16일 경찰의 댓글사건 중간 수사결과가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요지로 발표돼 은폐·축소수사 논란을 부른 데 대해 "허위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면서 "당시 직원들이 허위로 분석했다는데 동의하지 않고 지금도 직원들을 신뢰한다"고 답변했다.

김 전 청장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일 오후 당시 박원동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한 차례 통화한 사실이 있다면서, 당시 박 국장이 자신에게 "경찰이 (수사를) 다 끝내놓고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 어떤 영향을 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 선서를 거부한 후 이유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청장은 '외압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12월15일 오찬 상대를 묻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김 전 청장은 수사초기 경찰 상부에서 수사 축소와 은폐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과 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격려차원에서 했다"면서 압력행사 의혹을 부인했다.

민주당은 원 전 원장-권영세 실장, 김용판-박원동 국장 간의 통화를 거론하며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실장(현 주중대사)의 증인채택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수용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실패한 정치공작이자 매관매직 사건', '여성 인권유린 사건'으로 댓글사건을 규정하며 민주당이 '정치공세'를 한다고 몰아붙였다.

민주당은 조직적인 댓글을 통해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고, 12월16일을 'D-데이'로 설정해 경찰이 당일 밤 11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은폐·축소 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 추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