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고공행진도 모자라 아예 물량 자체가 자취를 감추는 전세실종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여기에 가을철 이사 수요까지 겹쳐 전세대란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서민들은 수도권 인접 도시로 발길을 돌리는 전세난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부동산 114에 따르면 8월 초 기준 경기지역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59.85%로, 2001년 62.9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가율이 가장 낮았던 2006년(37.32%)과 비교해서는 무려 22.53%p나 높다. 또한 8월 셋째주(한국감정원·12일 기준) 경기지역 전세가격 상승률이 0.32%로 한 주만에 0.15%나 확대되는 등 이달 중으로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서고 다음달 중으로 2001년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이천(68.22%), 군포(66.01%), 화성(66.00%), 광명(65.96%), 오산(64.80%), 의왕(63.99%), 수원(63.80%) 등 대기업들이 몰려 있는 인접지역이거나 교통·학군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조기수요까지 몰리면서 전세가율이 90%를 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세 수요자들은 내 집을 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집값이 반등 내지는 매매당시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없는데다 오히려 집을 사는 순간 더 내려간다는 추락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고분양가 대박을 노리고 분양에 나섰다가 실패한 미분양 물량이 수도권 도처에 널려있고 기존 분양가보다 30~40%이상 할인분양하는 홍보현수막이 여기저기 나붙으면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의 매수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도 큰 요인이 되고 있다. 평생 집 한 채 장만하려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애써 투자한 내집이 하락될 가능성이 조금만 있어도 차라리 전세신세로 사는게 낫다는 상대적 보상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임대수요층을 매수층으로 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새정부는 이런 상황에도 전 정부가 추진하다 실패한 보금자리주택의 뼈아픈 경험도 아랑곳 없이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정책공약인 행복주택 환상에 빠져있다. 전세대란은 건전한 실수요 매수층 확대 등 근본적인 발상전환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래야 정부재정도 튼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