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다.

지난해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확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51.6%의 득표율로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에 당선, 국정을 떠맡은 이래 어느덧 임기의 10분의 1을 소화한 것이다.

5년 단임제인 우리 대통령제의 특성상 임기 첫 6개월, 대통령직 인수위까지 포함하면 8개월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단순 '워밍업'의 시기가 아니라 정부 구석구석에 국정철학을 전파하고 국정운영의 큰 틀을 짬으로써 성공적인 정부가 되기 위한 토대를 쌓는 중차대한 기간이다.

요약하면 박근혜 정부의 6개월은 북한 문제와 한미·한중 정성외교를 비롯한 외치(外治)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뒀지만 일자리창출이나 복지확충 등 내치(內治)에서는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세운 '박근혜식 과거청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 등 사회부조리에 민감한 국민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반면 박 대통령은 취임후 줄곧 여의도 정치와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야당과의 갈등은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통합'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대북 문제에서 박 대통령은 특유의 '원칙 고수'를 통해 적지않은 결실을 거뒀다는 것이 중론이다.

북한이 정부 출범 직전인 2월초 제3차 핵실험에 이어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를 감행하며 박 대통령을 시험대 위에 올렸지만 박 대통령은 4월26일 개성공단 남측인원 전원철수 결정의 승부수를 던지며 결국 개성공단 재가동을 끌어냈다.

또 잇단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불용의 공감대를 확인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주변 강대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전문가들은 평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시기상조이지만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바꿈으로써 '신뢰프로세스'의 첫 단추를 뀄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워 국정전반의 비정상적 관행과 부패·비리척결을 강조함으로써 사회전반에 새 기운을 불어넣고자 한 것은 국민의 호응을 받은 측면이 있다.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의 환수작업이나 감사원의 4대강 감사, 횡령혐의를 받던 CJ 이재현 회장의 구속, 원전비리에 대한 대대적 수사 등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권 첫해 특별사면을 하지않은 것도 이례적인 일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법치 구현' 의지로 설명했다.

야당의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선공약인 경제민주화에도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4,6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1호법안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를 담은 하도급법이 개정된 것을 비롯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가맹점주의 권리 강화, 불공정특약 금지 등 관련 법안이 잇따라 처리됐다.

하지만, 역시 '내치'가 출범 6개월을 맞은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증세없는 복지'를 재천명함에 따라 '근혜노믹스'가 어려움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우려인 것이다. 대내외 경제여건은 불확실한데 반값등록금과 노년층 국민행복기금, 0∼5세 무상교육 등의 이행을 밀어붙일 경우 '복지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현 경제상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15~64세 고용률이 65.1%로 1년전에 비해 0.2%포인트 오르는 등 호전 기미가 있지만 청년층 실업과 민간소비, 설비투자는 지지부진하다.

경기부진의 여파로 올해만 15조원의 세수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당분간 '증세없는 복지'를 고수할 태세다. 세출절감과 지하경제양성화를 통해 5년간 135조원의 복지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럼에도 '근혜노믹스'의 엔진으로 여겨졌던 '창조경제'는 여전히 진면목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정치 영역에서 두드러진다. 국민들은 국민대통합과 대탕평, 소통이라는 박 대통령의 약속에 지지를 보냈지만 '윤창중 사태'가 상징하듯 박 대통령은 '수첩인사'에 갇혀 여론에 별로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사파동은 결국 정권출범 162일만에 허태열 비서실장을 비롯한 비서진의 중폭 교체를 불러왔다. 그 여파는 공공기관장의 공백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의 파장은 야당을 장외로 뛰쳐나가게 했다. 이는 청와대의 '정치 부재'를 부각했다. 박 대통령이 공언했던 책임총리·장관제는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 6개월은 공과가 엇갈린 시기였다. 뚜렷한 성과가 있었던 반면 시행착오도 따랐다.

"과거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기본이 바로 선 국가, 일자리와 경제활력이 넘치는 살기좋은 나라를 만들기위해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나서겠다. 잘못된 관행과 부정부패를 바로잡아 더이상 그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6개월 국정기반 마련을 바탕으로 민생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면서 사회 전반의 대대적 개혁을 일궈내겠다는 다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박 대통령을 '성실한 지도자'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지난 6개월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력 부재'와 '불통'의 따가운 지적에 박 대통령이 더욱 귀기울여야 한다는 고언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