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용량 100만㎾급 원전 한빛 6호기의 고장으로 전력 공급능력이 저하된 가운데 22일에도 무더위 속에 냉방수요가 급증하며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피크시간대인 오후 2∼3시 수급대책 시행 후 기준으로 공급능력 7천763만kW, 최대전력수요 7천365만kW로 평균 예비력이 397만kW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여름 들어 피크시간대 평균 예비력이 400만kW를 밑돈 것은 21일에 이어 두 번째다. 전날에는 한빛 6호기가 갑작스레 전력계통에서 이탈하면서 예비력이 올여름 최저치인 372만kW까지 떨어졌다.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8일(7천381만kW), 19일(7천401만kW)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이날 온종일 예비력이 400만kW를 오르내리며 '살얼음판'을 걷는 수급상황이 지속됐다.
오전 11시 7분 순간 예비력이 450만kW 밑으로 내려가 수급경보 1단계 '준비'가 내려졌고 오후 1시 37분에는 350만kW마저 붕괴돼 경보 단계가 '관심'으로 격상됐다.
올여름 관심 경보가 발령된 것은 6월 5일, 이달 9일과 21일에 이어 네 번째다.
특히 오후 1시 48분께는 순간 예비력이 329만kW까지 내려가 전력당국을 바짝 긴장시켰다. 낮 최고기온 31∼34도의 후텁지근한 날씨로 냉방기기 가동이 집중된 게 원인이었다.
이날 시행된 비상수급대책 규모는 총 712만kW로 사상 최악의 전력위기가 예고된 지난 12일(717만kW)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전력거래소는 오후 들어 수급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절전규제(284만kW), 산업체 조업조정(163만kW), 주간예고·전압하향조정(각 70만kW) 외에 석탄발전기 최대 출력(41만kW), 공공기관 비상발전기 가동(10만kW) 등 비상조처를 모두 동원했다.
아울러 수요관리를 책임진 한국전력에 고객사를 대상으로 절전 활동을 강화해줄 것을 긴급 요청하기도 했다.
조종만 중앙전력관제센터장은 "비상수급대책이 없었다면 예비력이 -314만kW까지 추락했을 것"이라며 "한빛 6호기 고장으로 공급이 100만kW 준 만큼 전력수요를 줄이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전력당국은 이날 오후 늦게부터 23일까지 전국적으로 비 예보가 있어 일단 주말까지는 전력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6일부터 원전 한빛 1호기(발전용량 95만kW)를 시작으로 10여개의 발전기들이 줄줄이 예방정비에 들어가는데다 내달 중순까지 늦더위가 지속할 것으로 예보돼 당분간 빠듯한 수급 상황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