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개월만에 물러나는 이일수 기상청장(57)은 30일 이임식을 갖고 "건강 문제로 사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날 오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기상청을 둘러싼 여러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꼭 그 문제만을 이유로 사임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1∼2개월 동안 소화가 잘 안 되고 끼니를 걸러도 배고픔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건강 이상 징후가 겹쳐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상청 주변에선 새 정부 들어 발탁된 이 청장이 취임 5개월 만에 전격 사퇴하자 정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그동안 기상청 산하기관의 채용비리, 산하기관 간부의 성희롱 의혹, 기상관측 장비인 라이다 도입 지연 논란 등 각종 비리 의혹이 쏟아지면서 현직 청장으로서 거취 유지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청장은 김포·제주공항 기상관측 장비 '라이다' 도입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서는 조석준 전 기상청장의 입찰 특혜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되고 나서야 장비를 들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장비를 24시간∼3일 연속으로 작동할 경우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에 이를 시정할 것을 업체 측에 요구해 왔던 것"이라며 "정확히 작동할 수 있는 장비를 받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올여름 장마 기간 기상청 예보가 종종 빗나가 비난 여론이 일었던 것에 대해 그는 "예보는 기본적으로 '위험관리'(Risk Management)'로서 30%의 가능성만 있다고 해도 기상청으로서는 위험을 경고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비가 100㎜ 온다고 예보했다가 그보다 적게 올 가능성이 있다 해도 국민에게 미리 위험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사임 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책 집필 구상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청장은 1996년 과학기술처 연구관리과 서기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지난해 기상청 차장을 거쳐 올해 3월 청장으로 임명됐다.

이 청장은 이날 오전 이임식에서 "건강상 이유로 정든 곳을 떠나게 돼 아쉽지만 기상청에서 공직생활을 한 것이 보람 있었다. 매일 하는 일이 바로 뉴스가 되고 국민에게 소중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