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음모 등의 혐 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같은 당 오병윤 의원실에서 머물다 자신의 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기국회를 목전에 둔 정치권이 '이석기 사태'로 출렁이고 있다.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격화된 여야의 대치 전선이 흐릿해지고 민주당의 장외투쟁,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 문제 등 정치 현안도 '이석기 쓰나미'에 밀려 정국의 중심에서 주변부로 순식간에 밀려나는 모양새다.

국정원이 압수수색 이틀만인 29일 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해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데 이어, 이 의원의 강연이 포함된 진보당 RO(혁명조직) 회합의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여야 모두 숨을 죽인 채 사태의 추이만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의 시선은 당장 내란음모 혐의의 입증 여부에 집중돼 있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진보당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고, 지난해 총선 때 야권연대를 결성했던 민주당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국정원이 혐의 사실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면 여권 전체가 가늠할수 없는 역풍을 맞으면서, 이미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개혁 문제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국정원 압수수색이 30일 새벽 종료된 가운데 진보당 의원들은 "전부 다 황당한 소설"(김재연 의원), "국정원의 정치공세"(이상규 의원)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진보당은 이날 저녁 부산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거당적으로 참여, 국정원에 대한 '반격'에 나서기로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번 사건의 민감성을 고려해 최대한 대외적 언급을 자제하면서 수사의 향배를 주시하며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홍천에서 이틀째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9월 정기국회를 '민생국회'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다지면서도 이번 사안에 촉각을 세웠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전남 무안에서 당원결의대회를 열어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면서도 진보당과의 '선긋기' 차원에서 부산 촛불집회에는 불참하기로 했다.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과 최근의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은 별개"라며 분리대응 방침을 밝혔다.

여야가 국회로 넘어올 체포동의안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이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됨에 따라 법원은 조만간 법무부를 통해 국회에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서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역 의원은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 인정된다. 현재 8월 임시국회의 회기 중이고 공백없이 내달 2일부터 정기국회가 소집되기 때문에 이 의원을 체포하려면 국회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연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법 등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정기국회가 제대로 순항할지도 미지수다.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이 이른바 '종북 논란'에 등 떼밀려 국회에 등원하더라도 결산심사·예산안 처리·법률심사 등 의사 일정에 제대로 협조할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공안정국'이 계속되면서 올 하반기 정국이 장기간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