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평양에서 태극기가 펄럭이고 애국가가 연주되는 장면을 사상 처음으로 목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통일부는 평양에서 오는 12일부터 열리는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대회'에서 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북측 지역에서의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허용할 뜻을 표명했다고 6일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이 선수단의 신변안전 보장과 함께 이들 두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옴에 따라 이날 우리 선수단의 방북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우리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애국가 연주와 태극기 게양이 북측 지역에서 이뤄지게 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한역도연맹이 태극기 게양·애국가 연주 허용을 요구했고, 북한이 조선 역기협회장 및 사무총장 명의의 선수단 신변안전 보장서와 함께 두 사안을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아시아역도연맹(AWF)을 통해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애초 북한은 전 초청국에 보낸 대회 개최 공지문에서 국제대회 관례에 따라 모든 참가국의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한역도연맹이 이에 대한 확인을 재차 요구하자 다시 별도의 확인서를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했을 때는 인공기 게양과 북한 국가 연주가 허용됐지만, 북측 지역에서의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는 실현된 적이 없었다.

북한은 지난 2008년 평양에서 열릴 계획이던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 남북대결에서도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시 경기는 평양이 아닌 제3의 장소인 상하이에서 열렸다.

북한이 이번에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의 방북 승인을 받은 인원은 대한역도연맹 소속 7개 클럽팀 선수 22명과 임원 14명, 역도연맹 관계자 5명 등 모두 41명이다.

이들은 10일 평양에 들어가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대회에 참가한 다음 18일 귀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운동선수가 북한에서 경기를 한 것은 지난 2008년 10월 경수유소년축구클럽과 북측의 4·25 체육단 축구대표팀이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남북 유소년 친선경기를 치른 이후 5년여 만이다.

통일부는 이번 대회가 AWF가 주최하는 국제대회인데다가 북한이 별도로 우리 선수단의 신변안전을 보장한 점 등을 고려해 방북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엿새 동안 평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아시아 15개국 2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이번 대회 초청장을 받은 우리 선수단은 대회 참가를 위해 이달 초 방북을 신청했다.

북한이 공식 국제체육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1999년 아시아-오세아니아 주니어 아이스하키 선수권 대회 이후 14년 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