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월세 대책 발표 후 매매수요가 늘어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값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 주 대비 0.02% 올라 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고, 수도권은 0.01% 상승해 오름세로 돌아섰다. 사진은 8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최모씨(34) 부부는 2년 전 3년 된 30평대 아파트 전세를 2억3천만원에 얻었다.

그런데 2개월 전 집주인이 보증금을 1억원을 올려달라는 소리에 당황했다. 맞벌이도 아닌 터라, 당장 보증금 1억원을 구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고민 끝에 연 3.4%의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인근에 지은 지 4년 된 20평대 아파트를 3억7천만원에 사 이사했다.

최씨는 10일 "2년 만에 전세 보증금을 1억원이나 올려달라고 해 고민했다. 마침 대출금리가 싸 차라리 조금 더 얹어서 집을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 서울 마포구 중동에 사는 김모씨(45) 부부는 수개월 동안 인근 아파트 전세물건을 찾아다녔으나 도통 구하지 못했다.

물건 자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물건이 나오더라도 전셋값이 너무 올라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근 지은 지 오래된 30평대 아파트 전세금은 2년 전 2억8천만원 안팎에서 최근 3억4천만원 내외로 올랐다. 결국, 김씨 부부는 이 아파트를 전셋값에 조금 더 얹어 3억8천만원에 사들였다.

# 서울 광진구 중곡동 박모씨(48)도 최근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2명의 자녀와 함께 살던 전세보증금 1억1천만원짜리 빌라 주인이 보증금을 3천만원 올려달라고 하자 인근에 낡은 빌라를 2억3천만원을 주고 샀다.

이처럼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에선 전세 물건을 찾지 못한 세입자 중에 매매로 전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수요 덕분에 그동안 꿈쩍하지 않던 30평대 아파트들도 매매가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중개업자들은 전했다.

마포구 성산동 소재 황금부동산 윤명순 공인중개사는 "중개업소를 찾는 대다수가 전세를 구하는 손님인데 매물 자체가 없다. 최근 중개업소를 찾아온 고객들은 전세를 구하기 어려우니 아예 주택 매입 여부를 고민한다. 당분간 시장에선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형 신성부동산 사장(광진구 중곡동)은 "시세보다 2천만∼3천만원 싼 급매물을 전세를 구하는 수요자에게 보여주면 종종 거래가 이뤄지곤 한다.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찾아온 손님보다 전세 세입자가 매입으로 돌아서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종합해보면 최근 시장에선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의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격차가 5천만∼1억원에 불과한 주택을 전세 수요자가 대출을 얻어 사는 사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전세 세입자의 매매 전환 수요가 부동산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정부가 8월 말 내놓은 전·월세 안정대책으로 연 1%대 이자의 공유형 모기지(장기주택담보대출)가 공급되고 4·1 부동산종합대책으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가 연말까지 6억원 이하 주택을 마련하면 취득세도 전액 면제받을 수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연말까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중심으로 중소형 주택을 사들이는 매매 전환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대형 등 일부 주택에는 매수세가 없는 만큼 전세의 매매 전환 수요가 수도권 전체 시장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전세대란이 불거지자 30∼40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들이 전세난을 벗어나려고 매매에 나서고 있다"며 "가을 이사철이 끝나면 매매 수요가 다소 주춤할 수 있으나 전세난 해지 수요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