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재국씨가 10일 오후 미납 추징금 자진 납부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사과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미납 추징금을 납부하겠다고 발표한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집 앞에 배치된 전경들만 오가는 가운데 이른 아침부터 현장을 찾은 취재진 20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전엔 가사 도우미로 보이는 한 여성이 전씨 사저로 들어간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왕래가 없었다.
이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가운데 이따금 소식을 전하는 우체국 집배원들이나 옆집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량이 오갈 뿐 집 앞 도로는 한적했다.
오후 1시께 택배 차량이 사저 앞에 멈춰 서서 '철원 쌀'이라는 글자가 인쇄된 박스 세 개를 내려놓고 갔다. 박스는 전경들이 집 안으로 들어 옮겼다. 오후들어 사저 대문이 열린 유일한 순간이었다.
|
▲ 10일 오후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에서 한 관계자가 배달된 택배 상자를 들고 들어가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측은 미납 추징금 1천672억원을 전액 자진납부하기로 하고 이날 이를 공식 발표한다. /연합뉴스 |
추징금 납부 발표가 임박한 시각. 연희동 일대는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었고 적막함은 더욱 깊어졌다.
오후 3시 정각 전씨 본인이 아닌 장남 재국씨가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청사 현관에서 미납 추징금 납부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연희동 모습은 그대로였다.
집 주변의 경찰들은 여느 때처럼 위치를 유지하며 경비 근무에 임했다. 행여나 기색이라도 내비치지 않을까 하는 취재진의 시선이 계속 사저로 향했지만 내부에선 미동도 없었다.
이날 전씨 일가는 추징금으로 납부할 주요 재산 목록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씨 내외가 거주하는 연희동 사저도 목록에 포함시켰다.
재국씨는 함께 발표한 대국민 사과 성명에서 "추징금 환수 문제와 관련해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저희 가족 모두를 대표해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1997년 대법원 판결 이후 16년 만의 일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