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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논란에 휘말려 자진 사퇴한 13일 오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황 장관이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고 전격 발표했고, 이후 채 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연합뉴스 |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 4월 4일 박근혜 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지 163일, 지난 6일 '혼외아들 의혹'이 제기된 지 1주일만이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이날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감찰 지시를 내린 직후였다. 임기를 못 채운 12번째 총장으로 기록됐다.
채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저는 오늘 검찰총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면서 "주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구본선 대검찰청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앞서 황교안 장관은 오후 2시 조상철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을 통해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착수 사실을 알렸다.
조상철 대변인은 "국가의 중요한 사정기관의 책임자에 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검찰의 명예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감찰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감찰 지시가 내려지기 직전 채 총장은 이같은 사실을 전해듣고 사퇴 의사를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 지시가 발표된 지 30분만에 사퇴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날 오후 4시 6분께 대검 청사를 떠났다.
실체 규명을 위한 소송 등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법무부의 감찰 지시가 적절했는지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채 총장의 사퇴 파문은 표면적으로 지난 6일 조선일보가 제기한 '혼외아들 의혹'에서 출발했다.
채 총장이 '내연녀와의 사이에 혼외자식을 낳았다'는 보도가 전해졌고 채 총장은 즉각 "사실무근"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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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외아들 의혹'이 제기된 지 1주일만에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채 총장은 이날 오후 황교안 법무장관이 자신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1시간여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
아울러 9일 조선일보에 정정보도를 청구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자 12일 정정보도 청구 소송과 함께 의혹 해소를 위해 "유전자 검사도 조속히 실시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정면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황 장관이 감찰을 전격 지시하자 채 총장은 더이상 검찰 조직의 지휘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판단,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가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벌어졌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그러나 채 총장 사의 표명이 전해진 뒤에도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법무부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 터져나온 이번 사건을 청와대 관련 라인을 통해 상세히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검찰총장의 낙마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법원의 판단을 통한 진실규명을 촉구한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의 검찰 흔들기의 결과'라며 채 총장 문제를 다루기 위해 오는 16일 법사위 개최를 새누리당에 요구했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현재 국가정보원이 검찰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 등을 볼 때 국정원이 하지 않았는가 의심하고 있다"며 국정원 배후설을 공개 제기하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검란' 사태로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말 물러난데 이어 채 총장 마저 불과 취임 5개월여만에 중도사퇴하면서 검찰 조직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길태기 대검 차장 검사를 중심으로 향후 검찰 조직 운영방안 및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급 인사는 "현 정권에서 임명된 총장이 정권 초기에 이런 식으로 물러나는 건 처음인 것 같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법조계 역시 채 총장 사퇴를 검찰의 정치적 독립 훼손으로 보면서 유감을 표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의 감찰 발표로 식물 총장이 돼 버렸기 때문에 사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누구라도 힘있는 세력이 음모를 만들어서 흔들면 총장도 떨어진다는 전례를 만들었다"라며 검찰 조직의 미래를 걱정했다.
시민단체들은 채 총장의 사퇴가 '권력 입맛에 맞지 않는 검찰총장을 내친 것'으로 보는 시각을 내비쳤다.
참여연대는 "국정원 관련 검찰의 수사 결과가 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차에 이를 기회삼아 청와대의 의중을 잘 따르는 검찰총장으로 교체하려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채 총장의 사퇴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과 유전자 감식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채 총장이 명예회복을 위해 법적 조치를 강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채 총장은 지난 12일 개인적으로 변호사 2명을 선임해 정정보도 청구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