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천루원시티와 시흥군자지구 등 도시개발사업을 부적절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거액의 사업비를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2∼4월 LH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주요 공기업 15곳의 대규모 투자사업과 경영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141건의 문제점을 적발, 관련자 징계ㆍ문책을 요구하고 비위 내용을 인사에 활용토록 통보했다고 16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옛 주택공사는 루원시티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비 조달을 위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을 활용하고 사업성이 높은 검단신도시 개발사업 등에 우선 참여해 손실을 보전할 수 있게 인천시가 적극 협조하는 것을 전제로 2006년 8월 인천시와 개발협약을 체결했다.

주택공사는 하지만 검단신도시 사업시행자로 옛 토지공사가 지정된데다 검토 결과 PF 조성이 어려워졌음에도 용지보상을 실시했다. 이 결과 1조6천945억원을 들여 용지를 확보했지만 지난 3월말 현재 수요가 없어 공사가 중단됐다.

옛 주택공사는 시흥군자지구 사업에서도 동일 수급권에 이 사업보다 4배의 물량이 공급될 예정인 사실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09년 9월 사업시행자 등록을 하지 않고 토지구입비 2천600억원을 시흥시에 지급했지만 두 달 뒤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는 바람에 토지구입비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연간 44억원의 이자비용 손실이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한국전력의 니제르 우라늄 광산사업은 내부 투자기준을 위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 내부지침에 '내부수익률'이 '기준수익률'을 초과할 때만 투자할 수 있고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으로 기준수익률의 20%까지 투자기준을 완화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내부수익률(국내법인 기준 7.8%)이 최저기준수익률(11.99%)보다 4.19%포인트 낮은데도 내부수익률을 10%로 높이고 기준수익률은 11.09%로 낮춰 산정했다.

또 이사회에 이 기준수익률이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으로 마련된 것임을 알리지 않고 지분인수를 승인받았고, 결국 공기 지연과 설계변경으로 공사비가 증가함에 따라 수익성 악화로 사업이 답보상태에 놓였다.

한전 자회사인 중부발전의 말레이시아 열병합 발전사업에서도 타당성 검토 결과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2010년 8월 850만달러를 출자, 2011년 11월 공사 중단으로 인한 이사회의 청산 의결로 148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2월 카타르 라스가스(RAS GAS Ⅲ) 장기도입계약 체결의 경우 비합리적 상황을 상정해 장기수요를 과다 전망한데다 셰일가스 등 저렴한 북미산 천연가스 도입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부당하게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미 천연가스보다 44%나 비싼 라스가스 도입 계약으로 초과공급이 예상될뿐만 아니라 현물ㆍ단기ㆍ중기 계약물량을 이용한 전략적 수급도 불가능하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공기업의 성과급 지급도 도마 위에 올랐다. LH는 2011년과 지난해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내부 화합을 이유로 정부의 등급에 따른 차등지급률을 적용하지 않았다.

또 경영평가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과다산정하는 바람에 철도공사 등 18개 기관에서 최근 3년간 퇴직자 1만7천590명에게 과다지급된 퇴직금이 947억원인 것으로 감사결과 확인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