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인천남부경찰서 학동지구대에 20대 후반의 남성이 찾아와 "어머니가 실종됐다"고 신고한다.

그는 한 달 가량이 지난 현재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차남 정모(29)씨다.

경찰은 차남의 범행 시점을 8월13~14일로 보고 있다.

특히 13일은 남편과 사별하고 미혼인 큰아들과 함께 살고 있던 김모(58·여)씨가 평소 다니던 노래교실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차남은 8월13일 오전 9~10시 사이 인천 남구 용현동의 모친 집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차남이 집에 오기 전인 오전 8시30분 집 근처 현금인출기에서 20만원을 인출한 뒤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어머니와 같은 집에서 살던 미혼의 장남도 같은 날 오후 7시 40분 친구와의 전화통화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차남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8월22일 긴급 체포했다. 차남의 일부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고, 앞서 14일 형의 혼다 시빅 차량을 몰고 울진과 정선 등을 다녀온 사실까지 부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검찰의 지휘 아래 결국 차남을 풀어주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경찰은 이후에도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다가 실종자 수색 상황을 전하거나 초동수사 부실을 꼬집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용의자에게 수사 정보가 노출되고 있다"며 뒤늦게 '엠바고'(보도유예)를 요구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수사가 난항에 빠져있을 때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차남의 부인인 김모(29)씨가 입을 열었다. 경찰은 앞서 17일 차남의 부인이 시신 유기 장소로 지목한 경북 울진에서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시신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23일 부인이 다시 지목한 강원도 정선에서 모친의 시신이 발견됐다. 최근 자살까지 기도한 것으로 알려진 차남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임승재·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