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서울 명동 동양증권 로비로 관계자들이 출입하고 있다. 오리온 그룹 담철곤 회장 부부가 추석 연휴를 끝내고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재계 순위 38위 동양그룹은 구조조정 벼랑 끝에 몰렸다. 동양그룹은 다른 후속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자금을 끌어올 만한 방안이 마땅치 않아 기업어음(CP) 상환 등 자금난을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동양그룹의 지주사 격인 동양이 보유한 계열사들의 기업어음(CP)이 지난 1년 6개월간 15배로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동양증권, 동양자산운용, 동양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에 대한 동시 점검에 들어갔다.

동양의 회사채와 CP 문제가 불거지며 웅진, STX 사태에 이어 회사채시장의 불안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IFRS) 별도기준으로 6월 말 현재 동양이 보유한 특수관계자 발행 CP는 1천967억원이다.

이는 2011년 말(130억원)의 15.1배에 달하는 것이다. 작년 말(903억원)보다도 117.8% 증가한 것이다.

동양이 보유한 CP는 동양레저가 발행한 CP 1천155억원 어치, 동양인터내셔널이 발행한 CP 812억원 어치이다.

동양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동양레저가 발행한 CP를 195억원 어치 보유하는 수준에 그쳤다.

동양이 발행한 CP는 동양네트웍스가 30억원 어치 보유하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6월 말 현재 CP 863억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작년 말(664억원)보다 30.0% 증가한 것이다.

동양레저가 발행한 CP를 587억원 어치 보유하고 있고 동양인터내셔널이 발행한 CP를 276억원 어치 갖고 있다.

이처럼 동양 계열사들이 발행한 CP는 상환을 앞두고 있지만 동양의 체력이 버티기 쉽지 않아 '10월 위기설'이 감돌고 있다.

동양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천43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2.8% 줄었고 영업이익은 169억원으로 39.4%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401억원에 달해 작년 상반기 50억원 순손실보다 규모가 커졌다.

동양시멘트도 상반기 당기순손실이 70억원에 달했고 동양네트웍스는 순익은 130억원을 냈으나 영업이익이 55억원 적자였다.

동양은 오리온의 지원을 기대했으나 오리온이 거부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동양이 CP 상환에 실패할 경우 자칫 법정관리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금감원은 동양의 금융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비롯해 동양자산운용, 동양생명 등에 대한 동시 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투자자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예탁금 등을 제대로 예치해 두고 있는지 실태 파악에 나섰다"며 "동양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는 점검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그룹이 회사채, CP 문제로 흔들리고 있어 회사채에 대한 외면 현상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보증 3년 우량(AA-), 비우량(BBB-) 회사채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전날 5.702%까지 커졌다. 작년 말 이 격차는 5.507% 수준이었다.

회사채 스프레드는 작년 8월 말 5.342%였으나 같은 해 9월 웅진사태가 터지자 증가세를 보여 올해 3월 말(5.610%) 5.6%선을 넘었다.

뒤이어 STX그룹까지 휘청이자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계속 상승세를 보이며 더욱 외면받고 있다.

이종우 아이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동양 계열사들이 돈을 버는 곳이 많지 않다"며 "어려운 상황이 계속돼 동양마저 휘청이면 우량, 비우량 회사채 간의 금리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