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자살해사건을 수사중인 인천남부경찰서는 범행을 자백한 차남 정영석(29)의 부인 김모(29)씨가 범행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김씨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참고인 신분으로만 조사를 받아오던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이날 존속살해 및 살인, 시신유기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앞서 24일 구속된 남편 정영석과 같은 혐의다.

경찰은 모자의 시신을 찾는데 김씨의 협조가 필요해 처음부터 피의자신분으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가 시신유기 등 범행 과정에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김씨가 남편과 함께 '락스'를 구입한 점, 시신 유기장소를 구체적으로 지목한 점 등을 수상히 여기고 있다.

혈흔이나 시신 등 범행 흔적을 없애는데 김씨가 도왔을 것이란 얘기다.

특히 정영석이 "컴퓨터에서 발견된 실종·살인관련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아내가 내려받은 것"이라고 진술하면서 김씨가 범행 계획단계부터 적극 가담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영석은 실종·살인 관련 프로그램은 '프로파일러가 꿈인 아내가 즐겨본 프로그램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김씨가 범행에 대한 지식을 얻기위해서 본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형법상 공범은 공동정범, 교사범, 방조범(종범)으로 구분되는데, 김씨는 이중 공동정범이거나 최소한 방조범인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직접 살인 및 유기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부부가 함께 살인을 계획하고 역할 분담을 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면 부인을 '공모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면서도 "단 범행시기, 수법, 도구 등 부인이 범행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인식하고 함께했다는 것을 경찰·검찰이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망을 보거나 시신 유기를 도와준 정도라면 방조죄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정영석이 삽과 비닐 등 범행에 사용한 도구를 울진에 버렸다고 진술함에 따라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영석은 지난달 13일 인천시 남구 용현동 어머니 집에서 어머니와 형을 차례로 살해하고 시신을 강원도 정선과 경북 울진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