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모자살인사건. 사진은 인천모자살인사건의 피의자인 정영석(29)이 지난 24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학익동 남부경찰서에 들어오고 있는 모습. /조재현기자
인천 모자 살해사건의 피의자인 차남 정영석(29)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던 차남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경찰이 피의자 관리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26일 오후 2시20분께 정영석의 부인 김모(29)씨가 남동구 논현동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이날 오후 1시30분 어머니와 형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영석의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로 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며 "제 시간에 오지 않아 119와함께 동행해 자택의 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 김씨가 목을 맨 채로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남부서는 지난 25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해 오던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존속살해, 살인, 시신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날인 24일 범행을 자백하고 구속된 남편 정역석과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김씨는 이번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씨가 시신 유기장소로 지목한 강원도 정선과 경북 울진에서 잇따라 시신이 발견됐다. 결국 정영석은 범행 사실을 모두 자백해 구속 수감됐다.

경찰은 김씨가 시신유기 등 범행 과정에 개입했을 것으로 봤다. 김씨가 남편과 함께 범행 현장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락스'를 구입한 점과 시신 유기장소를 구체적으로 지목한 점 등에서 김씨의 공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당초 경찰은 모자의 시신을 찾는 데 김씨의 협조를 얻기 위해 처음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불구속 입건된 25일 저녁 늦게까지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대해 경찰도 책임을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자신이 피의자로 수사 받는데 대한 심리적인 압박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피의자에 대한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임승재·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