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공약후퇴 논란을 불러온 정부의 기초연금 최종안이 정기국회에 들어선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다.
여야는 27일 고소득 노인층을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정부의 기초연금 최종안을 둘러싸고 격한 논쟁을 벌였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전날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민주당이 화력을 총동원해 파상공세를 벌이고, 새누리당도 이에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나서면서 기초연금 전선(戰線)에는 온종일 불을 뿜는 공방전이 계속됐다.
이처럼 기초연금 문제를 비롯한 '복지 축소' 논란을 둘러싸고 여야간 대치가 가팔라지면서 이미 양측이 합의했던 정기국회 정상화도 늦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한 박 대통령의 공약 원안을 복원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정기국회 기간 내내 기초연금 문제는 여야 대립의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국가 재정 현실을 고려한 일부 공약 수정의 불가피성을 거듭 설파하면서 논란의 확산을 막는 데 주력했다.
또 민주당의 지난 대선 공약에 따르면 민주당이 만일 집권했을 경우 이번 정부안보다 기초연금 수혜 대상이 많이 늘어나지 않고 시행 시기도 크게 늦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세 자제를 요구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전날 사과 표명을 언급, "대통령의 고뇌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면서 "민주당은 저급한 정치공세를 펴기 전에 과거 자신들의 정권에서 과연 공약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사과한 적이 있는지 차분히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기초연금 정부안은 현재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어르신들 모두 조금씩 더 받는 구조"라면서 "민주당이 집권했다면 공약을 다 지켜도 집권 말기인 2017년에 겨우 20만 원을 드릴 수 있고, 그것도 전체 어르신이 아니라 최대 80%에 해당하는 분들만 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과 여권이 각각 '거짓말 대통령'과 '불효 정권'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이와 함께 정부안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연계됨에 따라 현재 중장년층인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손해를 볼 것이란 주장을 확산시키는 전략도 들고 나왔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의 조찬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달콤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참 나쁜 대통령이고, 또 대통령이 되고 나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한마디만 해도 될 것이라고 미리부터 생각했던 것이라면 더 나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부의 연금안 수정으로 인해 불이익이 현재의 30~50대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집중된다는 측면에서 이들 계층에게도 명백한 사과를 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도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의를 위한 물밑 접촉을 계속했지만,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신설 여부,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한 긴급현안질의 개최 등을 놓고 입장 차이를 드러내면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