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2시 20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자택에서 '인천 모자(母子) 살인사건' 피의자인 차남 정영석씨의 부인 김모(29)씨가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현장을 조사중인 경찰들이 자택 빌라 입구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인천 모자 살해사건의 피의자인 차남 정영석(29)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던 차남 부인인 김모(29)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천남부경찰서 관계자는 26일 "김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오늘 오후 1시30분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며 "제 시간에 오지 않아 119와 함께 동행해 자택의 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 김씨가 목을 맨 채로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2시20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해 오던 김씨를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뒤 존속살해·살인·시신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전날 구속된 남편 정영석과 같은 혐의다. 경찰은 김씨가 공범으로 몰리면서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이날 노트 2쪽 분량의 유서를 통해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하며 경찰의 강압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어머니 등 유족들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을 향해 "당신들이 우리 아이를 죽였다"며 거세게 항의하며 오열했다. 유족들은 김씨가 "임신을 한 상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의 결백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찰은 정영석이 지난달 13일 범행 도중 김씨와 80여분간 전화통화를 했고, 범행 한달여 전 카카오톡을 통해 '땅을 살짝 파고 자갈을 깔고' 등의 대화를 주고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지난달 말 정영석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모두들 도청주의, 중요한 내용은 필담으로' 등 김씨가 작성한 메모가 확보됐고, 복원된 휴대전화에서는 '억울하다'는 자기최면을 거는 메모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영석이 26일 처와 공모해 모친을 목졸라 살해했고, 형은 수면제를 탄 맥주를 먹인 뒤 살해했다고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5일 밤 늦게까지 경찰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김씨의 집에 여경을 동숙시키려 했지만, 김씨가 거절함에 따라 집밖에 감시조 2명을 배치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가 재소환을 앞두고 자살함에 따라 경찰의 피의자 관리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임승재·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