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형에 대한 범행 일체를 경찰에 자백한 정영석은 지난 28일 인천시 남구 용현동 어머니(58) 집에서 열린 현장검증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영석은 어머니와 형(32)을 차례로 살해한 뒤 시신을 차량에 싣는 모습을 담담히 재연했다.
정영석은 앞서 26일 자살한 아내의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조사를 받고 현장검증을 가졌다. 김씨는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몰리자 결백을 주장하며 자택에서 자살했다.
경찰은 정영석이 최근 들어 김씨의 공모사실 등을 자백하고 있는 와중에 아내의 소식을 접할 경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 것을 우려, 부인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현장검증에 앞서 취재진에게 "정영석에게 아내 관련 질문을 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경찰은 다음달 1일 검찰 송치 직전 정영석에게 아내의 소식을 알리겠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정영석이 검찰조사 또는 재판과정에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강압수사' 논란이 제기됐던 김씨의 유서까지 읽게 된다면 정영석도 '경찰압박에 못 이겨 자백했다'며 부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김씨는 지난 2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 조사에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천지법의 한 판사는 "피고인이 경찰 조서 내용을 동의하지 않으면 판사는 읽어 보지도 않은 채 배제한다"며 "진술을 바꾼다면 아내가 증인으로 나올 수도 없어 정영석이 재판에서 하는 말 또는 검사의 유죄입증이 중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활한 수사를 위해 자살소식을 숨긴 경찰에 대한 '도의적 책임'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역의 한 변호사는 "사건을 밝혀내야 한다는 공공의 이익과 정영석에게 아내의 사망사실을 알려야 하는 개인의 이익 중 경찰은 공공에 우선을 둔 것 같다"며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는 있다"고 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