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박근혜 정부의 재정지원 실천 계획이 담긴 공약가계부가 실행 첫해인 내년부터 큰 차질을 빚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경기 여건 속에서 재정의 경기 대응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데 방점을 찍다 보니 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세입 확충도, 세출 구조조정 계획도 흔들리게 됐다.

이에 따라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공약을 더 큰 폭으로 구조조정하거나 증세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30일 "내년 예산안을 경기 회복과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공약가계부상에 제시된 세출구조조정 목표를 거의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세출구조조정은 중장기적으로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재부가 최근 제시한 2014년 예산안을 보면 140대 국정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2017년까지 135조원을 마련하는 청사진인 공약가계부상의 재원 마련 계획이 대체로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당초 기재부는 공약가계부상에서 내년에 세출 구조조정으로 9조5천억원, 이중 재량지출에서 5조8천억원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이중 최소 3조8천억원 이상은 포기했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의 경우 2012-2016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된 23조원에서 1조7천억원을 줄인 21조3천억원이 돼야 했지만 내년 예산안 상의 SOC 예산은 23조3천억원으로 2조원 많았다.

농림·수산·식품 분야 예산은 2012~2016 계획상 예산인 18조5천억원보다 8천억원을 줄인 17조7천억원으로 만들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18조6천억원으로 9천억원이 많다.

SOC와 농림·수산·식품 분야 예산은 기존 2012~2016 계획상 수치보다 줄인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물론 되레 늘어난 것이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2012~2016 계획상의 15조3천억원보다 9천억원 줄어든 14조4천억원이 돼야 했지만 실제로는 15조3천억원으로 세출 구조조정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복지 분야의 경우 당초 2조2천억원을 줄인다고 밝혔지만 이는 분양주택을 줄이는 대신 임대주택과 행복주택을 건설하는 것이어서 실제 복지예산은 계획된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늘었다.

내년도 교육 예산이 2012-2016 계획상 2014년 예산 수치보다 2조4천억원, 일반공공행정 예산이 2조9천억원 줄었지만 이는 세수 감소에 따른 교부금 지출 감소로 정부의 세출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

공약가계부상에서 나타난 내년도 세입 확충 목표인 7조6천억원도 달성 가능성에 의문 부호가 찍혀 있다.

기재부가 내년 국세수입 예상치를 218조5천억원으로 2012~2016 예상치인 238조9천억원보다 20조4원이나 낮춰 잡은 상황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로 5조5천억원을 조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예상이 많다.

금융소득과세 강화로 3천억원을 예상하고 있지만 주요 축 중 하나인 주식양도차익 자본이득 과세 방안은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1조8천억원에 달하는 비과세·감면 정비안이 그나마 현실성이 있지만 올해 추진한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율 한도 설정 사례처럼 이익단체의 반대에 기존안이 후퇴하는 사례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약가계부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경제 상황이나 재정적자 규모를 볼 때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면서 "성장과 복지에서 균형점을 찾고 지하경제 양성화나 비과세·감면으로 한계가 있으면 증세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