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자살해 사건을 수사중인 인천남부경찰서는 1일 피의자 차남 정영석(29)을 존속살해 및 살인,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정영석은 8월 13일 아내 김모(29)씨와 공모해 남구 용현동 어머니 집에서 어머니(58)와 형(32)을 차례로 살해하고 이튿날 강원도 정선과 경북 울진에 모자의 시신을 각각 유기한 혐의다.

아내 김씨는 같은 혐의가 적용됐으나 이미 숨져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했다.

정영석은 지난달 30일 오후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아내 김씨의 사망소식을 들었다. 김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경찰조사를 받은 뒤 지난달 26일 결백을 주장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영석은 '아내를 만나게 해준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는 경찰의 말에 "내가 예상하고 있는 것이 맞냐"며 고개를 떨궜다.

정영석은 "내가 지켜줬어야 했는데…. 고통스럽게 가진 않았나"라고 말하며 고통스러워 하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정영석과 아내 김씨는 범행을 계획하면서 '발각되면 함께 자살하자'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석은 "어머니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어 눈, 코, 입에 청테이프를 붙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또 "(형의 시신을 훼손할 당시)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했다. 정영석은 아내의 사망소식을 전해듣고 진술을 번복하진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부부가 함께 범행 수개월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정영석이 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시신과 범행도구 등 객관적 증거를 찾은 만큼 재판과정에서 검사가 정영석의 유죄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등 직접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수사를 시작해 미궁에 빠질 뻔했지만 직원들의 열정으로 해결했다"며 "아내 김씨를 설득해 시신 유기장소를 찾아낸 게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