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양그룹이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로 ㈜동양 본사 모습. /연합뉴스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에 이어 동양시멘트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와 동양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동양은 '티와이석세스'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1천569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문제는 이중 3분의 2인 1천억원 가량이 9월 들어 집중적으로 발행됐고,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발행됐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해당 상품은 휴지조각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투자한 고객들은 억장이 무너졌다.

한 고객은 "담보까지 있어서 추석 전에 티와이석세스제7차에 들었는데 2주도 안 돼 이런 일이 터졌다"면서 "동양증권 담당자가 동양시멘트는 안전하다고 해 원금은 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해당 상품을 고객들에게 팔았다가 졸지에 사기꾼으로 몰린 동양증권 직원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익명을 요구한 동양증권 직원은 "동양시멘트는 재무제표를 보면 알겠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갈 기업이 아니다"라며 "이건 대주주의 '빼먹기'"라고 비난했다.

그는 "경영권을 살리고 지분을 챙기는 경영권 방어 차원의 법정관리 신청인 셈"이라며 "9월에 ABCP를 이만큼이나 팔았다는 건 사기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절 전날인 지난달 16∼17일까지도 발행이 됐는데 이건 고의적"이라며 "어떻게 보면 LIG건설의 사기성 CP 발행보다 더 나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직원들만 사기꾼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며칠 전에도 현재현 회장이 법정관리 신청을 안 한다고 했고, 정진석 대표이사도 그렇게 말해놓고 이런 결과가 나오는 등 의심이 가는 정황이 너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동양증권 노동조합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동양증권 노조는 법원에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2천200억원의 여신을 갖고 있는 산업은행과도 대책을 협의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 회장과 정 대표를 상대로 배임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위법성 여지가 있다"면서 "동양시멘트는 고의로 법정관리 신청 대상에 들어간 것이 분명해 보이는 만큼 이를 철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동양증권은 동양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의 평균 67.3%를 소화했으며, 이중 90%가량은 개인투자자에게 팔렸다. 현재 동양그룹 채권을 산 투자자의 수는 전국적으로 4만9천여명에 이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