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최근 유동성 위기에 빠진 동양그룹의 금융 계열사에 대한 특별 점검에 착수한 가운데 25일 서울 을지로 동양증권 본사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한편 한국금융투자협회는 동양증권의 인출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 예탁자산이 안전하게 보관,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구입한 개인투자자가 모두 5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동양그룹 오너와 대주주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 미공개정보를 이용, 주식을 처분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동양증권이 판매한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CP를 산 개인 투자자가 모두 4만9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기존에 알려진 것은 동양 회사채 개인투자자 2만7천981명와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 CP 개인투자자 1만2천956명 등 4만937명이었다.

그러나 이외에도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발행한 동양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투자자 4천776명과 동양시멘트 회사채 투자자 4천여명 등 약 9천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동양시멘트 회사채 투자자에는 법인도 포함된 숫자지만 극히 일부다.

현재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향후 법정관리가 수용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은 이들 계열사의 회사채와 CP에서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동양 ABCP의 경우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발행된 것이어서 자칫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

금감원에 접수된 동양그룹 관련 민원은 5일까지 7천396건에 달했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 CP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가 5만명에 육박하는 만큼 향후 민원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소비자원에는 피해를 접수한 건수가 1만7천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 CP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검사 중이다.

금감원은 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자가 많은 만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생각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현 회장 등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알면서도 동양그룹 CP 등을 판매하도록 독려, '사기' 혐의가 성립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횡령, 사기 등의 혐의가 포착될 경우 수사기관에 통보할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현 회장과 정 사장을 사기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동양증권 노조도 현 회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동양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 동양증권에서 현금과 금괴를 찾아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오너나 대주주가 법정관리 신청 전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 등을 처분한 것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런 경우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것은 없는지 조사를 하게 돼 있다"며 "시간을 두고 다 확인 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