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부터 올바른 국어를 사용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5년 지방자치단체 등에 도입된 '국어책임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들이 567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에도 외래어, 한자어 투성이의 보도자료를 쏟아낸 것과 사정이 무관하지 않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문광부는 지난 2005년부터 국어기본법에 근거해 국어의 발전과 보전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 제도를 운영 중이다.

가장 큰 업무는 일선 지자체들이 어려운 행정용어 대신 국민들이 알기 쉬운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지자체의 보도자료를 관리하는 홍보부서의 장 등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어책임관이 국어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져 업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자신이 국어책임관으로 지정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 경기도내 A국어책임관은 한 달에 한 차례씩 문광부의 '보도자료 수정사례'를 직원들에게 전파하는 게 사실상 업무의 전부다.

인천시내 B국어책임관은 자신이 국어책임관으로 지정된 것과 그런 업무가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 B국어책임관은 "국어책임관이라는 것을 (오늘)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는 외국어와 외래어, 한자어가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 시정소식을 알리려는 내용들로 채워졌지만 정작 일반 시민들은 의미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대표적인 게 '인천 아트 구락부 개최', '일자리 미스매치', '무상보육도시 구현', '~에 만전을 기하겠다' 등이다.

국립국어원의 순화어로 대체하면 구락부→단체, 미스매치→부조화, 구현→이루다, 만전을 기하다→최선을 다하다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

문광부 관계자는 "국어책임관 지정, 운영은 강제 또는 의무 조항이 아니어서 관심이 적은 것 같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강원도 등 일부 시·도가 조례를 만드는 등 국어책임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이 국어책임관을 맡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국어책임관을 보좌할 수 있는 전문인력(국어전문관)을 둘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동훈·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