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최근 유동성 위기에 빠진 동양그룹의 금융 계열사에 대한 특별 점검에 착수한 가운데 25일 서울 을지로 동양증권 본사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한편 한국금융투자협회는 동양증권의 인출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 예탁자산이 안전하게 보관,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동양증권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판매 과정에서 본부장들이 전국 지점에 판매를 독려하는 이메일을 보냈으며 금융감독원의 암행감사에 대비해 이메일을 지우라는 지시까지 수시로 내려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동양증권의 지점장을 하다 퇴직한 A씨는 9일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근무 당시 실적 압박이 상당했으며 회사 측의 상품 판매 할당 압박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면서" 이같이 털어놨다.

A씨는 "회사 측도 부실한 CP를 발행하는데 부담을 느꼈겠지만 팔아야 하니까 각 본부마다 할당을 했다"며 "본부별로 받은 물량은 산하 10여개 지점들에 할당됐고 지점장은 또 창구 직원들에게 배분해 고객들에게 판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1천억원어치 회사채 물량이 할당되면 전국 100여개 지점에 지점당 10억원 정도 할당이 된다"면서 자신도 지점장으로 있으면서 고객이 많거나 직급이 높은 직원에게 더 높은 목표 할당량을 배분했다고 말했다.

A씨는 "싫은 소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CP 나올 때마다 본부장들이 지점장들을 볶으니까 지점장들도 직원들을 압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본부장이 판매를 독려하는 메일을 보내는데 금융감독원의 암행감사가 나온다는 얘기가 있으면 업무팀장들이 돌아다니면서 메일을 다 지우라고 시켰다"면서 "지점장들도 자기 컴퓨터에 있는 할당 물량들을 모두 삭제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신용등급이 좋지 못한 상품을 팔아야 하니까 회사가 살아날 것이라는 점을 부각해 영업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A씨는 "삼척화력발전소를 인수하면서 그룹에서 엄청나게 홍보를 했다"며 "화력발전 분야를 잘 포장해 동양은 살아난다는 점을 강조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고객들에게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양그룹 계열사의 CP 등을 산 투자자들은 포털 게시판에 짧은 만기 기간 회사가 무너지겠느냐며 직원들은 그저 안전하다는 말만 했고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을 속속 올리고 있다.

직원들이 영업 압박을 느끼기도 했지만 동양그룹 계열사 채권과 CP의 판매수당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점 때문에 판매가 더 잘 됐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A씨는 "동양그룹 회사채와 CP는 투기등급이어서 신용등급이 좋은 상품보다 판매수당이 많았다"며 "위험이 있는 것을 팔면 수당이 더 붙으니까 직원들이 안 팔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4∼5년 전부터 동양그룹 채권만 돌렸는데 결국 그룹 전체적으로 돌려막기를 하다 이런 사태까지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