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새 의장에 재닛 옐런(67) 현 부의장이 확정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9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벤 버냉키 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옐런 부의장을 차기 의장에 공식 지명할 예정이라고 백악관 당국자가 8일 밝혔다.

옐런 부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에 이어 의회 인준 절차까지 통과하면 내년 1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버냉키 의장의 뒤를 이어 4년간 직무를 맡게 된다.

연준 사상 최초의 여성의장에 지명된 옐런은 지난 1979년 취임한 폴 볼커 전 의장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원 의장이 되고, 부의장이 의장으로 '승진'하는 첫 사례로도 기록된다.

연준 의장직은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자리이며, 세계 경제를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가 회복세 속에서도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연준이 제3차 양적완화(QE3)의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가운데 차기 의장에 지명된 옐런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에 전세계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옐런이 지난 2010년부터 버냉키 의장과 함께 양적완화 시행을 주도했기 때문에 연준의 현행 금융·통화 정책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옐런 부의장은 브라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뒤 하버드대 조교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코노미스트를 거친 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교수로 활동하면서 학자로 이름을 떨쳤다.

이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에 이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7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을 맡았고,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로 근무한 뒤 지금까지 연준 부의장으로 활동하면서 무려 10년간 통화·금융 정책을 다루고 있다.

연준의 양대 정책목표인 물가안정과 완전고용 가운데 물가보다는 고용쪽에 더 신경을 쓰는 이른바 '비둘기파(dove)'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연준이 지난 2007년 금융위기 가능성을 간과해 비판을 받았으나 옐런 부의장은 당시 "신용경색 심화와 경기후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비관론을 내놔 훗날 탁월한 경기예측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초 차기 의장직을 놓고 로런스(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2파전을 벌였으나 서머스 전 장관이 공화당과 민주당 일각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최근 스스로 지명을 포기하면서 옐런의 차기 의장 지명은 기정사실화 된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경제학자 350명이 옐런 부의장을 차기 의장에 강력하게 추천하는 서한을 백악관에 전달했으며, 민주당 상원의원 20명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옐런 부의장을 추천하는 등 각계의 지지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는 공화당 일부 의원으로부터 양적완화 등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을 놓고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인준 절차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상원 금융위원회의 팀 존슨(민주·사우스다코타) 의원은 "옐런 부의장은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의 깊이가 있으며 훌륭한 연준 의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밥 코커(공화·테네시) 상원의원은 "나는 지난 2010년 부의장 인준 당시 통화정책에 대한 견해를 문제삼아 반대표를 던졌다"면서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남편은 '정보 비대칭 이론'의 창시자로 불리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 애커로프 교수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