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아시아 유소년 축구축제에 참가한 아시아 16개국 아이들이 묵은 송도LNG종합스포츠센터 내 야영장소에 텐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한 스태프는 그 모습을 "난민촌 같았다"고 표현했다. /독자 제공
中·베트남 등 1천여명 참가
날씨 급변 한곳에 텐트 야영
식판없이 접시 배식 '뒤범벅'
한국식 위주 굶는 아이까지


"코치님, 한국은 가난한 나라인가요?"

최근 인천 송도에서 아시아 16개국 축구 꿈나무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2013 아시아 유소년 축구축제'가 미숙한 대회 운영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국민생활체육회가 주최한 이 행사는 아시아 어린이들이 축구를 통해 우정과 화합을 다지도록 하자는 취지로 이달 3~6일 인천 송도종합스포츠센터에서 개최된 첫 대회였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몽골,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라오스 등의 선수와 지도자 1천여명이 참가했다.

행사장 진행요원 등에 따르면 개막식 첫날인 3일부터 숙소 문제가 불거졌다. 당초 선수들이 묵을 텐트 야영지는 실외 야구장 등 3곳으로 분산돼 운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지에 바람이 거세고 날씨도 쌀쌀하자 주최 측은 실외 야구장 2곳에 마련한 야영지를 철수하고 건물 1곳에 텐트를 몰아넣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참가한 A씨는 "멀게는 하루 꼬박 넘게 걸려 비행기를 타고 온 아이들을 비좁은 텐트에서 재운다길래 그저 딱한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식사도 문제가 됐다. 아이들에게 식판을 주지 않고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접시에 배식을 하다 보니 밥과 김치 등 반찬이 서로 뒤범벅이 됐고, 여기저기 땅바닥에 앉아 식사를 하는 몇몇 아이들 모습에 현장 스태프들은 안쓰러워했다고 한다.

진행요원이었던 B씨는 "짜장 등 식단이 대부분 우리나라 음식 위주여서 외국 아이들 입맛에 맞을까 걱정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행사를 처음 기획하고 주관한 전국 유·청소년 축구연맹 회장인 최재성 국회의원이 직접 참가한 5일 점심 비빔밥 행사에선 일부 외국 아이들이 매운 고추장 맛에 밥을 굶기도 했다.

▲ 한 외국인 아이가 접시에 배식받은 음식. 밥과 짜장, 깍두기, 고기 등이 뒤범벅이 돼 있다. /독자 제공
참다 못한 외국의 한 코치가 통역사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일도 있었다. "아이들이 한국은 가난한 나라고 음식도 맛이 없는 나라냐고 묻더라"는 그의 하소연에 통역사 등 스태프들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B씨는 "이런 망신이 또 어딨냐. 스태프들이 어린 아이들이라 마냥 좋아하는 거지, 만약 조금 더 나이가 많았다면 당장 항의가 빗발쳤을 것이라고 수군댔다"고 귀띔했다.

또 행사 기간에 몇몇 아이들이 텐트 등에 놔둔 스마트폰과 축구화 등을 잃어버리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또 폐막식이 열린 5일에는 일부 VIP가 행사장에 늦게 도착해 아이들이 추위에 떨며 30분가량 서서 대기해야 했다고 한다. 한 아이는 화가 났는지 "빨리 좀 하세요"라고 소리쳐 어른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문광부도 첫날 현장에서 숙소 문제를 파악하고 주최 측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고 주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문광부 관계자는 "5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했고 외교부에서도 도움을 준 국제 행사인 만큼 잘못 치르면 외국 아이들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질 수 있고 국가적 차원의 문제가 될 수도 있어 주의를 줬다"며 "추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전국 유·청소년 축구연맹 관계자는 "단 한 번도 문제제기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첫날 학부모가 많이 와서 혼잡했던 것을 제외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이들은 텐트를 치고 뛰어다니며 재미있게 놀았다"고 해명했다.

/임승재·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