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12일 오전 4시부터 2천400원에서 3천원으로 600원 오른다. 서울시와 맞닿은 11개 도시로 갈 때는 적용되지 않았던 시계외(市界外) 요금도 4년 4개월만에 부활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택시요금 인상안을 2일 확정해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역 앞에서 영업 중인 택시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내 택시 기본요금이 12일 오전 4시를 기해 2천400원에서 3천원으로 600원 올랐다.

미터기 조정에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기본요금이 3천원으로 설정되지 않은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인상분 600원만 더 내면 된다.

이번 요금 인상은 택시 운전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게 그 취지다.

그러나 이용자인 시민으로선 요금이 오른 만큼 승차거부 등 택시에 대한 불만이 피부에 와 닿게 개선될지 갸우뚱하는 반응이다.

법인택시 운전사로서도 요금이 인상되더라도 회사에 낼 사납금이 함께 오르고 승객 감소를 우려해 즐겁지만은 않아 보인다.

◇시민들 "이해는 하지만…서비스 개선될지 의문"

이날 오전까지 아직 상당수 택시의 요금 미터기가 조정되지 않아 많은 택시가 종전 미터기를 그대로 단 채 600원을 더해 요금을 받고 있었다.

주말인 탓에 강남이나 서울역 등 평소 택시 수요가 많은 곳도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시민들은 뉴스를 통해 택시요금 인상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요금이 오른 만큼 실질적인 서비스도 개선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택시에 대한 불만이 평소 크다는 얘기다.

서울역 앞에서 만난 홍익대생 이모(25)씨는 "밤 10시만 넘어도 학교에서 집에 가려면 '더블'을 부르지 않고는 못 가는 경우가 많다"며 "2배를 줘도 승차를 거부하던 운전사들이 기본료 조금 올리고 할증 붙인다고 승차거부를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증섭(44)씨는 우선 "전에 택시 운전사들이 잠깐 파업할 때 사정을 보니 딱한 면도 있더라"고 동정했다.

한씨는 그러면서도 "사업하는 사람들은 술자리가 많아 밤늦게 택시를 많이 타는데 오후 10시부터 할증이 붙는다고 생각하면 택시비 부담을 생각해 그냥 음주운전을 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서 만난 회사원 최성용(38)씨는 "기본요금을 600원 올리고 거리에 따른 요금도 인상했으니 서민 부담이 커졌지만 그만큼 서비스가 나아질지는 의문"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비쳤다.

최씨는 "일단 서비스를 개선한다고 하니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 택시운전사들 "손님 감소할지 걱정"

요금 인상의 '수혜자'인 택시 운전자들도 마냥 밝은 얼굴을 보이지는 않았다.

사실 개인택시 운전사로선 상대적으로 수혜 폭이 크겠지만 법인택시 운전사들은 기본요금 인상과 더불어 그만큼 사납금이 올라 시큰둥한 반응이다.

일각에선 요금이 오르면 그만큼 승객이 줄어들 걸 걱정하고 있다.

기본요금이 1천300원이던 때부터 10여년간 택시를 몰았다는 한 개인택시 운전사는 "요금이 올랐으니 좀 나아지겠다"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

"제가 택시 몰면서 그간 4번 요금이 올랐는데 그때마다 손님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어요. 더구나 지금은 심야버스가 운행되니 그동안 택시를 타던 손님들이 금세 버스로 옮겨갈 겁니다. 유지비는 계속 오르는데 손님이 줄어들면 요금이 인상된다고 해도 사실상 수입이 감소하는 셈이죠."

특히 하루 수입 가운데 일부를 사납금으로 회사에 내야 하는 법인택시 운전사들은 "요금이 올라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법인택시를 모는 김민석(48)씨는 "요금이 오르면서 회사가 사납금을 2만3천~2만5천원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며 "결국 월급이 40만원 정도 오르고 가스를 좀 더 넣어준다는 게 나아지는 점인데 인상된 사납금 내고 줄어든 승객 찾아 태우러 다니고 하다 보면 신경만 쓰이고 사실 손해"라고 푸념했다.

인터넷상에서도 택시요금 인상이 시민이나 운전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에 의문을 품는 반응이 많았다.

트위터 아이디 'buss*********'는 "요금 올려도 사납금 문제를 해결하고 올리든가 말든가 했어야지. 승차거부도 마찬가지. 요금 올린다고 승차거부가 줄어들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시라. 이 기대 또한 택시 대수를 줄이고 나서 했어야 했다"는 글을 남겼다.

아이디 'space*******'는 "요금 오른다고 택시기사들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까? 개인택시는 또 모르겠다만, 회사택시 기사님들이야 글쎄. 택시회사 사장 배나 불려주겠지"라고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