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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과 부채상환 증액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민주당 상원 중진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딕 더빈 의원(일리노이), 찰스 슈머 의원(뉴욕), 오바마 대통령, 해리 레이드 원내대표(네바다), 패티 머레이 의원(워싱턴). /AP=연합뉴스 |
미국 연방정부 채무 한도 초과에 따른 사상 초유의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정치권은 휴일인 13일(현지시간)에도 '물밑 협상'을 이어갔다.
특히 상원의 여야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민주·네바다) 의원과 미치 매코널(공화·켄터키) 의원이 협상 채널을 본격적으로 가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무부가 국가 디폴트 시점으로 제시한 오는 17일 이전에 극적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13일째이자 디폴트 예고 시점을 나흘 앞둔 이날 하원은 문을 닫은 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상원은 휴일에도 이례적으로 개회한 상태에서 지도부를 중심으로 여러 중재안을 놓고 대화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드 대표는 전체회의를 열면서 "국민은 의회가 타협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인 딕 더빈(일리노이) 의원은 이날 NBC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리드·매코널 대표가 협상을 주도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분명히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셧다운 차단을 위한 막후 협상을 벌였던 롭 포트먼(공화·오하이오) 상원의원도 오는 17일 전까지 부채 상한 단기 증액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낙관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제 협상은 리드·매코널 원내대표의 손으로 넘어갔다면서 과거 수차례 여야 경색국면을 타개하는 데 역할을 한 두 중진의원이 또다시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전날 상원에서 아무 조건 없이 부채 상한을 올리는 법안에 대한 절차 표결이 부결되고, 하원에서 '벼랑 끝 대치'가 이어지는 등 대치 정국이 계속되고 있지만 공화당 상원의 분위기는 확연히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도부 내에서 최근 비판 여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가 디폴트는 절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부결되긴 했지만 수전 콜린스(공화·메인) 의원이 상원에 중재안을 제출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밥 코커(공화·테네시)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하원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방안을 상원의원들이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양당 상원 지도부의 협의를 촉구했다.
콜린스 의원도 CNN 방송에 출연, "우리는 상·하원의 양당 지도부를 상대로 계속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교착국면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 국민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이미 클로버철(민주·미네소타) 상원의원은 "리드 대표가 콜린스 의원의 제안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그 중재안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밝혀 타협 가능성을 시사했다.
협상 타결 전망이 썩 밝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드 대표는 이날 협상에서 어떤 전제 조건도 붙지 않은 예산안과 부채 한도 증액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매코널 대표는 콜린스 의원이 제안한 대로 일단 내년 1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정부 예산을 현 수준에서 배정하고 채무 상한도 같은 날까지 일시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 이른바 시퀘스터도 민주당은 이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공화당은 계속 적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드·매코널 대표가 합의점을 도출한다고 하더라도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하원에서 예산안과 부채 상한 증액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매코널 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젠 민주당 지도부가 '예'라고 답할 차례"라고 지적했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ABC 방송 인터뷰에서 공화당의 '백기 투항'을 얻어내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을 겨냥해 "공화당도 한없이 추락하고 있지만, 민주당도 우리보다 아주 뒤에 있지는 않다"고 경고했다.
하원에서는 이날 협상이나 각 당의 자체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전화통화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예산안 및 채무 한도 증액안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정부가 다시 문을 열고 부채 상한이 상향조정되면 비로소 재정 적자 해소 방안 등의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전날 이런 원칙을 고수하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협상이 성과 없이 중단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셧다운 장기화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100만 참전용사 행진'이라는 단체는 이날 워싱턴DC 내셔널몰의 링컨기념관과 워싱턴 모뉴먼트 사이에 있는 2차 세계대전 국립기념비에서 셧다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집회에는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텍사스), 마이크 리(유타) 상원의원과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등 보수 진영의 정치인들도 동참했다.
참전용사 단체들은 15일에도 워싱턴DC에서 셧다운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