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오토바이, 야산 방치
"바다오염" 어민 거센 반발
항만청 허가도 장담 못해
사업 재추진 여부 '불투명'
시흥시가 수억원을 들여 추진한 '갯벌바이크사업'이 불과 3개월만에 중단, 막대한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이다.
사업이 중단되면서 한대당 수백만원씩 구입한 오토바이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인근 야산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17일 시흥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옹진수협 오이도어촌계에 3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올해 7월부터 갯벌바이크사업을 시작했다. 오이도 앞 갯벌 일대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4륜 오토바이 체험을 펼쳐 관광수익을 올린다는 취지다.
그러나 시행 100일 동안 이용자가 불과 100명에 불과해 하루 평균 1명이 이용하는 등 관광객 유치 실패와 어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운영이 중단되면서 한대당 400만원씩 구입한 오토바이 43대는 모두 덮개가 씌워진 채로 인근 야산에 방치돼 있고 대부분은 비닐도 채 뜯지 않은 새상품이다.
옹진수협 오이도어촌계 담당자는 "최근 물살이 거세 오토바이를 불가피하게 옮겨놓은 것일 뿐, 사업이 중단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업 진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항만구역에 속하는 갯벌 내에서 각종 활동을 할 경우 항만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다, 현 사업도 이달말까지 한정적으로 허가를 받아 추후 허가 가능 여부도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갯벌 파괴로 생존할 터전을 잃게 된 어민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어민 정모(61)씨는 "갯벌에 오토바이가 달리고 휘발유 등 원유가 흘러 바다가 오염될 수밖에 없는데 조개를 캐서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들은 죽으라는 것이냐"며 "어민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돈벌이만 하겠다는 시흥시가 한심하다"고 말했다.
시가 수협 어촌계에 지원한 3억원의 집행과정도 불분명한 상태다.
사업 담당자는 오토바이 43대 구입비(대당 400만원)로 1억7천만원이 소요됐지만 나머지 1억3천만원은 갯벌사업 조성비로 사용했다고 할 뿐 구체적인 예산 집행 내역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는 예산만 지원했을 뿐 어떻게 사용했는지까지 알 수 없다"며 "내년에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래·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