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권 전반에 대한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검사에 착수했다. 법정관리중인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의 특정금전신탁 판매와 관련한 우리은행 조사가 상징적이다. 금감원은 사회적 파급력이 큰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성과는 별로일 전망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의 "법적 규제 미흡에 따른 감독상의 한계" 운운이 시사하는 바 크다. 아무리 감독을 철저히 해도 범죄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하다는 자백처럼 들린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니 말이다. 금감원은 2008년 9월 동양증권에 대한 검사에서 투기등급이던 동양파이낸셜 등 4개 계열사의 기업어음(CP) 7천265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처벌규정이 없어 속수무책이었던 사례가 상징적이다.
2008년 8월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하면서 계열사 지원 목적의 계열회사 주식 및 채권 취득을 10% 이내로 제한한 규정을 통째로 삭제한 것이 화근이다. 투자일임업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이유이다. 증권사들의 수익기반 확대 요구를 무조건 수용한 점도 한몫 거들었다. 동양그룹이 동양증권을 통해 계열사들의 회사채와 CP를 편입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이다.
오비이락의 사례는 또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해 계열사간 거래집중을 규제하기위해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 올 4월 24일에 공포했다. 그러나 개정안의 시행시기를 당초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한 것이다. 10월 24일부터 새 규정이 적용되나 이미 동양사태가 불거진 후여서 사후약방문 꼴이 되고 말았다. 동양그룹의 요청 때문에 시행시기를 늦추었다는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는 지경이다. 저축은행을 비롯해서 LIG, STX, 웅진 등 동일한 금융사고가 빈발했음에도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조령모개식 규정변경 및 늑장대응이 초래한 결과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동양사태에도 불구하고 CP발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절차가 매우 간편한데다 고금리가 투자를 유혹하는 탓이다. 증권사의 특정금전신탁 수탁고가 무려 104조원에 육박해 제2, 제3의 동양사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민투자자를 울리는 파렴치범 단속은 당연하나 처벌근거 마련이 우선임을 유념해야할 것이다.
'봐주기제도' 개선없이 동양사태 재발 못막아
입력 2013-10-2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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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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