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조영곤 정면충돌.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의 수사 및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싸고 지휘 책임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실무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진술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항명발언' 이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왼쪽).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위원들의 질의에 적극적으로 답하고 있다(오른쪽).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1일 국정감사에서는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의 수사 및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싸고 지휘 책임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실무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진술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날 조영곤(54·사법연수원 16기) 지검장이 자신의 하급자이자 후배 검사인 윤석열(53·연수원 23기) 여주지청장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눈물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조영곤 지검장과 윤석열 지청장의 발언은 '보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결재·승인이 있었는지', '지휘 체계', '수사 외압 여부' 등을 놓고 논박이 이어졌다.

윤 지청장이 발언하면 조 지검장이 반박하고 다시 윤 지청장이 발언하는 형태로 발언이 이어졌다.

우선 보고 과정과 관련, 윤 지청장은 "수사 보고서와 향후 계획을 갖고 15일 밤에 검사장 집을 찾아가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소장 변경 신청은 사안이 중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했다"며 "공소장 변경 신청은 4차례 검사장의 재가를 받았다. 부팀장이 (검사장에게서) 2번 승인을 받았고, 검사장 방에서도 2번 구두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 윤석열 조영곤 정면충돌.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항명' 발언 이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조 지검장은 "윤 지청장과 사적인 대화를 했을 뿐 정식 보고가 아니다. 집에서 식사를 한 후 다과를 하다 윤 지청장이 갑자기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깊이 검토하자고 돌려보낸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윤 지청장은 다시 발언 기회를 얻어 "검사장이 '야당 도와줄 일이 있느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를 내면 해라, 순수성을 의심 받는다'고 말했다"며 "이런 상태에서 검사장을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정원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윤 지청장은 "이번 사건에서 이진한 2차장검사가 지휘 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차장은 즉각 "검찰총장으로부터 수사 총괄 및 공보 책임을 부여받았다"고 반박했다.

조 지검장은 이와 관련, "검사 한 사람의 검찰 조직이 아니다. 모든 일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검찰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윤 지청장의 보고에서 있었던 것은 작은 하자나 흠결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지청장이 보고라고 주장하는 것은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 보고라는 건 윗사람에게 통보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 저의 지휘에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 윤석열 조영곤 정면충돌.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서울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증인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지검장은 "윤 지청장이 일에서나 사생활에서 절도 있고 실력 있는 검사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책임은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제가 져야 할 것"이라며 "저는 이렇게 항명이라는 모습으로 가리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윤 지청장이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고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지휘·결재를 제대로 받았는지를 놓고 질의를 쏟아내며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검사장이 윤 지청장으로부터 보고와 결재를 못 받았다고 했지만 윤 지청장은 15일 밤에 보고를 했다고 말한다. 보고하고 결재받은 바 없다는검찰의 기존 발표는 잘못된 브리핑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윤 지청장의 발언 등을 놓고 '제2의 검란', '항명' 등의 격한표현을 써가면서 거세게 비판했다. 또 조영곤 검사장에게 제대로 지휘하지 못했다고질타하기도 했다.

 
 
▲ 윤석열 조영곤 정면충돌.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항명' 발언 이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이런 검찰을 국민이 어떻게 믿고 지낼 수 있겠나. 조폭보다 못한 행태"라며 "이게 대한민국 검찰 조직이냐. 시정잡배보다 못한 일이다. 이건 항명이자 하극상"이라고 질타했다.

검사장 출신의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검찰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진실을 밝히려는 게 어떻게 항명이 될 수 있나. 이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 윤석열 조영곤 정면충돌.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정회되자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승강기를 타고 국감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