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검찰이 자신의 배임 혐의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중에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참석차 출국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이며 KT의 부실 경영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가운데 출국을 강행한 것으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퇴설에도 회장직 계속 수행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6일 오전 영킴 코퍼레이트센터장, 김홍진 G&E(글로벌&엔터프라이즈)부문장과 함께 르완다에서 열리는 '트랜스폼 아프리카 서밋 2013'(Transform Africa Summit 2013 & Exhibition) 참석차 인천 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검찰주변에서는 애초 검찰이 이 회장을 출국금지했지만, 변호인을 통해 행사 의미와 행사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 회장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출국금지를 해제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KT가 르완다 정부와 공동으로 28~31일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여는 이 행사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와 국가 정상 등이 참석하는 솔루션 전시회 행사다.

이 회장은 29일(현지시간) 오전 이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22일 이석채 회장과 KT에 대한 참여연대의 고발 건과 관련해 KT 본사와 이석채 회장의 주거지 등 16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KT가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이 회장을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어 이달 초에는 전국언론노조와 함께 이 회장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아 회사와 투자자에 최대 869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재차 고발장을 냈다.

이 회장의 르완다 출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피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돼 출장 기간인 31일 국회 출석이 예정돼 있었다.

이 회장은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해 아직 임기가 절반가량 남아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사퇴설이 불거졌다. 일부 언론을 통해서는 청와대의 사퇴 종용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이 회장은 줄곧 사퇴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해왔다.

이 회장은 25일 서울 서초 KT 사옥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도 자신의 진퇴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채 사외 이사들에게 검찰 수사를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이사는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재무제표를 승인하는 자리였을 뿐 회장의 진퇴 여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다만 법무 담당자가 참여연대의 고발과 검찰 수사에 대해 해명했고 이사 중에서도 진퇴 여부를 묻는 질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르완다 출장에서 돌아온 이후 거취를 밝힐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은 11월 1일 귀국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