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기도한 한 여성을 병원으로 이송하던 119 구급대원이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있는 가운데(경인일보 10월 25일자 23면 보도), 당시 구급차 내부의 상황을 담은 CCTV가 포맷된 것으로 드러나 사건 은폐 의혹이 커지고 있다.

27일 화성소방서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 등에 따르면 A씨의 자살기도 소동이 벌어진 다음날인 지난 9월 10일, A씨의 남동생은 화성소방서 산하 B지역대에 전화해 "누나가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구급대원에게 성추행당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B지역대에서는 'CCTV 영상이 보관돼 있으며 열람 가능하다'고 답하며, 성추행 사건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25일 경인일보에 구급대원의 성추행 의혹이 처음 보도되자 화성소방서에서는 해당 구급대원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였고, B지역대에서는 "CCTV가 고장나 지난 15일 포맷했다"고 밝혔다. 기존 CCTV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에서, 영상이 삭제돼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꾼 것.

특히 B지역대가 CCTV를 포맷했다고 주장하는 날짜(10월 15일)는 A씨가 지역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CCTV 공개를 요구한 뒤, "구급대원으로부터 성추행당했다"며 112에 신고한 날과 일치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B지역대에서는 'CCTV가 존재하며 보여주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소방서 관계자는 "지난 9월 10일과 10월 15일 전화를 받은 대원, CCTV가 고장난 것을 발견한 대원이 서로 달라 생긴 오해"라며 "민원인에게 초기 응대를 제대로 못했고, 의심받을 만한 정황이 많은 것은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한편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구급대원은 지난 25일 화성서부경찰서에 성추행은 없었다고 결백을 주장하며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에 대해 A씨는 "B지역대에서 존재한다고 밝혔던 CCTV를 공개하고, 사과를 하면 용서할 생각이었는데, 구급대원이 맞고소를 했다니 더욱 화가 난다"고 말했다.

/김학석·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