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기업이 거둔 순이익에서 삼성전자·현대차·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은행이 국세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국내 영리법인 실적을 전수 집계한 '기업경영분석'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 당기순이익(별도기준)은 모두 24조8천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삼성전자·현기차를 포함한 46만4천425개의 국내기업이 거둔 순이익은 총 86조6천억원이었다. 단 3곳의 대기업이 46만개에 달하는 전체기업이 거둔 과실의 28.6%를 차지한 것이다.

삼성전자·현기차가 전체기업의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09년도까지만 해도 14.0%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0년 16.2%, 2011년 18.9%로 높아지더니, 지난해에는 2009년의 두 배 수준까지 껑충 뛰었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삼성전자·현기차의 순이익이 전체의 30%에 달한다는 것은 결국 한두 개 기업의 뛰어난 경영성과가 나머지 기업의 현실을 가리는 '착시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2년 전체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111조7천억원)과 비교해 22.4% 줄었다. 이는 이 기간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악재로 국내 경기도 침체된 탓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삼성전자·현기차를 빼면 이 낙폭은 10%포인트 이상 커진다. 삼성전자·현기차를 뺀 나머지 기업들의 2012년 당기순이익은 61조8천억원으로 2010년(93조5천억원)보다 33.9%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에 삼성전자와 현기차의 당기 순이익은 18조1천억원에서 24조8천억원으로 36.8% 증가하며 전체 기업실적을 떠받쳤다. 삼성전자·현기차를 뺀 나머지 기업은 실적이 사실상 침체했거나 더 악화된 셈이다.

이런 현상은 올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다소 부진하지만,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실적 행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도 10조2천억원(연결기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김상조 교수는 "1994~1995년에도 삼성전자의 실적이 홀로 독주하며 전체 경제가 좋아진 듯한 착시효과에 빠져 한국은 결국 외환위기를 맞았다"며 "정부는 소수 대기업에서 발생하는 '낙수효과'에 의존하는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규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은 "결국 삼성전자나 현기차가 흔들리면 한국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이들과 같은 기업을 더 배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