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춘 보훈처장. 박승춘 보훈처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승춘 보훈처장이 28일 국가보훈처 국정감사에서 안보교육용 DVD 제작 예산 출처와 관련한 국회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해 국감이 중지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이날 국감에서는 최근 야당이 제기한 보훈처의 대선개입 의혹이 전면에 부각됐다.

오후에는 정치편향 논란이 제기된 보훈처의 '안보교육 동영상 DVD' 제작 협찬자 관련 자료 제출 및 답변을 거부한 박승춘 보훈처장에 대한 즉각 고발을 요구하는 야당과 이를 반대하는 여당이 대립하면서 국감이 파행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2012년 국정원이 안보 관련 동영상을 안전행정부, 국무총리실, 공정위 등에 배포했는데 이 영상이 보훈처에서 제작한 DVD와 일치한다"며 "국정원이 협찬 출처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DVD에는 민주화운동, 촛불집회 등을 종북·친북세력이 연계된 것으로 규정하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박정희정권을 미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DVD 제작 협찬과 관련,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에게 받은 것이지 않느냐"며 "DVD 제작업체는 서울 중구의 '서울셀럭션'으로 김형근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 박승춘 보훈처장. 박승춘 보훈처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계자와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박승춘 보훈처장은 "관련법을 검토했는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협찬자 본인이 밝혀지길 원하지 않아 (자료를) 제출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일절 거부했고, 민주당은 박 처장을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으로 즉각 고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새누리당 소속 김정훈 정무위원장이 "고발 문제는 국감을 마치고 일괄 결정하자"고 조정에 나섰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상태에서 다른 질의 답변이 무슨 의미가 있나. 고발 결의라도 하자"고 강하게 요구해 국감이 중단됐다.

이후 여야는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파행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며 장외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정무위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박 처장이 선거 개입의 핵심 물증이며 정치편향적 교육자료로 확인된 DVD의 출처가 국정원이냐는 물음에 끝까지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명백한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으로 보훈처장을 즉각 고발해야 하지만 새누리당이 동의하지 않아 국감이 파행됐다"면서 "보훈처 선거개입으로 국군 사이버사령부-국정원-보훈처 등 전방위 관건선거임이 밝혀졌고, 구체적인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박승춘 보훈처장.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박승춘 보훈처장의 자료제출 거부로 중지되어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새누리당 의원들도 곧바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국정원 댓글사건, 사이버사령부 사건과 (DVD를) 연계해 보훈처가 관건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승춘 보훈처장 고발 여부는 국감을 마친 뒤 여야 협의로 결정할 일인데 민주당이 이를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정무위 회의실을 무단 점거해 '대선불복'의 정치적 선전장으로 만들었다"며 "이는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한 초유의 사태로 공식 사과,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오전 국감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보훈처가 지난해 총·대선을 전후해서 여권 편향의 안보교육을 실시해 선거에 개입했다"며 박승춘 보훈처장의 사퇴와 검찰 수사를 요구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고, 박 처장은 "안보전문 강사들이 개인적인 생각에서한 이야기로 보훈처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보훈처의 안보교육용 DVD 제작예산 협찬 문제도 논란이 됐다.

박 처장이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야당 의원의 질문에 "검토하겠다",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회피성 답변'을 반복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해 한차례 감사가 중단됐다.

박 처장은 "정수장학회, 국정원이 DVD제작 협찬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정수장학회는 아니다"라고 답한 뒤 "DVD는 협찬받았다가 90% 이상 회수해 이제 보훈처와 크게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 박승춘 보훈처장. 박승춘 보훈처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승춘 보훈처장. 박승춘 보훈처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중지된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