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경기도내 영어마을이 적자운영을 해결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29일 오후 3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폐업한 안산 영어마을이 평생교육시설로의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지난 10년간 경기도의 대표적 공교육 정책이자 브랜드로 군림했던 영어마을이 '부실 교육기관'으로 전락했다.

인기에 힘입어 우후죽순 생겼던 도내 영어마을들이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마을은 '폐쇄냐', '존치냐'의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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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국내 영어마을 원조격인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는 지난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영어마을 붐을 일으킨 '1호'이지만, 영어교육 시장의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개소한 지 9년 만에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도가 지난 2004년 설립한 안산캠프는 개원 첫해에만 11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2005년 182억원, 2006년 33억원 등 지난해 6월까지 총 누적 적자액이 350억원에 달한다.

영어캠프에 막대한 도민 혈세를 쏟아부었던 도는 국회 및 경기도의회의 잇단 지적속에 결국 지난해 폐업했다.

현재는 위탁사업자가 '안산평생교육시설'로 사용하기 위해 리모델링 중이다.

도내 다른 영어캠프도 안산캠프와 비슷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도내에는 도 및 일선 시·군이 운영하는 영어캠프가 지난 2004년부터 모두 10곳에 마련됐다.

하지만 안산캠프에 이어, 지난 2009년 오산시가 '영어체험마을 설치 및 운영조례'를 근거로 설립한 오산시국제화센터도 매년 20억여원의 적자를 내고 3년만에 문을 닫았다.

수요를 고려치 않고 영어캠프 만들기에만 주력, 혈세를 낭비한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이밖에 도영어마을 파주캠프도 지난 2006년 37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립했지만, 현재까지 총 410억여원의 적자를 냈다. 도는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파주·양평 영어캠프(부지·건물)를 민간에 넘기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 등에 민간위탁 형식으로 영어캠프를 운영하는 지자체도 적자로 인한 재정부담은 마찬가지다.

경기지역 7개 지자체들도 매년 대학 등에 위탁사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성남시는 성남영어마을 위탁업체에 연간 26억여원을 투자하고 있고, 군포시도 24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신장용(민·수원을) 국회의원은 "지자체에서 우후죽순으로 만든 영어마을은 일선 시·군의 재정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왔다"며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지자체에서 특성에 맞는 영어마을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