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영어마을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10년 전 대표적 공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한 영어마을이 속속 폐쇄되는가 하면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해 계륵의 신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영어마을은 과도한 영어 사교육과 무분별한 해외 어학연수를 줄이기 위해 경기도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대표적 공교육 정책이다. 당시만 해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기를 끌면서 도내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생겼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경기도의 '사업 베끼기' 형식으로 잇따라 설립해 이제는 포화상태다.
영어마을의 국내 첫 사례인 영어마을 안산캠프는 지난해 결국 문을 닫았다. 2004년 개원 첫 해에 11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래 폐원 시점까지 누적 적자액이 350억원에 달했다. 도민의 혈세를 언제까지 퍼부어야 하느냐는 지적 때문이었다. 378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파주캠프 역시 2006년 개원 이후 투자금액보다도 많은 41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캠프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물단지처럼 끌어안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민간에게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무산됐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설립한 영어마을에 대해 수익을 논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설립한 영어마을을 단순한 기업 논리로만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초 설립목적도 수익창출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설립해 공급과잉이 문제가 됐다. 경기도에만 10곳에 전국적으로는 모두 32곳이나 조성됐다. 자연스레 '제 살 깎기'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고 해서 모두 문을 닫는 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주민들의 관심 속에 많은 돈을 투자해 애써 설립한 교육기관을 무작정 폐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영어권 나라에 온 것처럼 느끼는 환경에서 학생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는데다 사교육비 절감, 해외어학연수로 인한 외화유출 방지라는 본래의 목적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운영 경비를 최대한 줄이고 과감한 인력구조 조정을 통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 아울러 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연구로 영어마을 운영을 내실화하는 등의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다.
벼랑 끝에 선 영어마을 출구전략 없나
입력 2013-10-30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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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3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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