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석채 KT 회장이 3일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지난 6월 11일 서울 광화문 KT에서 열린 '통합 KT 출범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프레젠테이션하는 이 회장. /연합뉴스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석채 KT 회장이 3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직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결단을 내렸다"고 사의 배경을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KT가 르완다에서 개최한 국제행사에 참석하고 나서 2일 귀국했다.

검찰은 수사와 관련, 지난달 22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KT 사옥을 비롯해 이 회장과 임직원들의 자택 및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의 사의 표명은 개인비리 수사로 인해 거대 기업인 KT의 경영과 대외 신인도에 지장이 초래되는 것을 막고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KT 회장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수사에 당당히 임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향후 검찰 수사는 이 회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변화 없이진행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는 원칙대로 간다"며 "이 회장의 거취와 수사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에 대한 소환 통보는 압수물 분석과 관련 증거자료 검토가 좀 더 진행된뒤 이뤄질 전망이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우선 압수물 분석과 혐의 수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의 조사를 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원칙적인 입장 유지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사의 표명에 따라 향후 수사가 KT의 구조적인 비리를 캐거나 주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뻗어나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담당 부서가 기업인 등의 비리 혐의를 직접 포착해 수사하는 '인지수사' 부서가아니라 고소·고발 사건을 맡는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양호산 부장검사)인데다 수사도 피고발인인 이 회장 개인을 겨냥한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는 참여연대가 이 회장을 고발한 데 따라 시작됐지만 업계 안팎에서는이 회장의 퇴진을 종용하는 '압박'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 회장이 현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을 경우 혐의 확인을 위해서는 임직원들의 동반 조사나 경영 전반에 대한 수사가 더욱 강도높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더구나 이 회장이 받는 업무상 배임 혐의의 경우 경영자에게 자주 덧씌워지는 죄이면서도 법조계에서 법리 적용이 까다로운 대표적 혐의의 하나로 손꼽힌다.

경영상 판단인지, 실제로 경영자가 자신에게 맡겨진 관리자로서의 의무나 신뢰를 저버리고 기업에 손해를 가한 행위인지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배임죄가 되려면 이 회장이 경영자로서 당연히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았거나 하지 않아야 할 행위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또 기업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현실적인 손해 뿐 아니라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위험을 초래했는지도 따진다.

이처럼 배임 수사 과정에서 이 회장 본인 뿐 아니라 KT, 임직원 전체가 큰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이 변수였고 이런 점들이 이 회장의 용퇴를 앞당겼을 가능성이 있다.

비록 '수사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 회장의 사퇴로 향후 수사는 고발 내용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회장은 사옥 매각, 계열사 편입, 주식 인수, 계열사 투자 등 4개 사업과 관련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