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빠른 속도로 늘리면서 두 회사의 합병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은 지난 2일 현재 91만9천148주(2.30%)다.

삼성물산은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16일까지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꾸준히 장내매수해 지분율이 1.82%(72만7천553주)에서 2.30%로 확대됐다.

삼성물산은 올해 7월 중순까지만 해도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7월 31일 10만주 매수를 시작으로 불과 석달 만에 지분율을 2%대로 높였다.

그간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삼성에버랜드가 벌이는 건설사업을 하나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이 꾸준히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사들이자 증권가에선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려고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 3개 분기 연속으로 '어닝 쇼크'를 낸 삼성엔지니어링은 유상증자가 필요한 상황인데, 여기 삼성물산이 참여해 합병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것이다.

두 회사가 합병할 때 발생하는 매수청구권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차로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부 주주의 지분을 최소화하면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주식 매수청구권을 줄일 수 있다.

삼성물산의 지분 매입은 실적 부진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7천468억원의 영업적자를 발표한 지난달 18일에도 4.03% 올랐다. 이는 올해 1분기 어닝 쇼크를 발표했을 때 주가가 급락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패턴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손실 털기를 통한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나 삼성그룹 지배구조 전환의 시그널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5%대까지 늘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지분 취득 규모는 아직 의미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시나리오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변화 조짐이 나타나면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보익 연구원도 "삼성엔지니어링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화됐기 때문에 투자의견으로 '중립'을 제시하지만,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다면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을 열어둔 투자전략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