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취득세 영구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키로 합의함에 따라 주택 매매심리가 어느 정도 살아날지 부동산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8·28 대책을 통해 취득세율 영구 인하 방안을 발표한 직후 다소 회복된 부동산시장은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며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여파로 최근 다시 부진에 빠진 상황.

취득세 인하 소급 적용 발표후 하루가 지난 5일 대다수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취득세 인하 효과를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가율이 높아 전셋값에 돈을 일부 보태 급매물을 아예 사버리는 사례가 왕왕 나오는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현대공인중개사 안미희 대표는 "8·28 대책 이전에 집을 사 잔금을 치른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취득세 소급 적용을 못받냐'는 문의 전화가 가끔 올 뿐 아직 조용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 대표는 "며칠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이 지역은 취득세가 인하됐다고 거래량이 확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매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취득세보다는 집값 자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취득세 인하로 몇 백 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 해서 집을 살 마음이 애당초 없던 사람이 갑자기 매수로 돌아서지는 않는다"며 "지난달 중순까지는 치솟는 전셋값과 전세 매물 품귀에 질린 사람들이 급매물 위주로 매수에 나서며 거래가 비교적 활발했는데, 급매물이 다 빠지고 집값이 오르며 수요자들이 쉽사리 매수 결심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월드공인중개사 문재충 대표도 "취득세 인하를 소급 적용한다는 당정 발표가 어제 나왔지만 아직 주택 매수에 대한 문의 전화는 받지 못했다"며 "어차피 이 동네는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는 6억∼9억원 아파트가 대다수라 취득세 인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취득세 영구 인하안은 ▲ 6억원 이하 주택은 2%에서 1%로 ▲ 9억원 초과 주택은 4%에서 3%로 내리고, 6억~9억원 주택은 현행 2%를 유지하는 것이다.

문 대표는 "경기가 워낙 나쁜데 부동산 경기만 홀로 살아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주택 거래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취득세 인하보다는 일반적인 경기가 좋아지는 게 급선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움츠러들었던 거래에 숨통이 트이는 것 아닌지 기대를 하게 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인근에 사는 회사원 황모씨는 전날 취득세 인하 소급적용 방침이 발표되고 나서 중개업소로부터 '아파트 팔 생각이 없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황씨는 "4~5년전 집을 내놓은 적이 있으나 중개업소에서 팔겠느냐고 물어보는 전화는 어제 처음 받아봤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세가율이 높고, 전세 물건이 씨가 마른 지역에서는 취득세 영구 인하안 확정이 주택거래 회복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평촌의 금강공인중개사 관계자는 "4·1 대책으로 취득세가 인하됐을 때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것처럼 이번 조치로도 거래가 어느 정도 살아날 것"이라며 "실제로 취득세 인하가 결정될 때까지 매입을 미루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취득세 1% 인하로 절약되는 돈이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집값이 수억원씩 가는 현실에서 실수요자에게는 이사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상당히 큰 금액"이라며 "수요자들의 반응이 2∼3일 내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