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부터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에 건강보험료를 물릴 때 기준이 되는 전·월세와 자동차 등 재산 평가 방식이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최근 전·월세 가격 급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서민들이 오른 전·월세 때문에 보험료까지 늘어나는 '이중고'를 덜어주자는 취지이다.

또 내년 하반기께는 직장 가입자의 월급이 어느 정도 이상이면 보험료를 더 부과하지 않는 '상한 보수월액(월급)' 기준도 현행 7천810만원에서 약 9천만원 수준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7일 공개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보면, 우선 보험료 산정을 위해 지역 가입자의 재산을 평가할 때 내년부터 전·월세금에 대한 기본 공제액을 현행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린다.

현재 전·월세 평가 계산식이 '[(보증금+월세×40)-기본공제액]×0.3'인데, 이 중에서 미리 빼주는 기본공제액을 200만원 늘림으로써 그만큼 보험료를 낮춘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번 공제 확대로 전·월세 거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328만가구 가운데 19.7%인 65만가구의 보험료가 연간 439억원, 가구당 월평균 5천600원 정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가주택·토지·건물 등 다른 재산이 없고 전세가격이 830만원 이하인 경우, 전·월세에 물리는 보험료는 '0'이 된다.

재산으로서 큰 가치가 없는 12년이상 된 낡은 자동차의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도 바뀐다. 지금까지 9년이상 자동차의 경우, 연식과 관계없이 3년미만 자동차 부과점수의 40%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12년이상~15년미만 자동차에 기존의 절반 수준인 20%의 비율만 적용하고, 15년이상의 경우 아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약 140만대 자동차(12~15년 73만대, 15년이상 67만대)에 대한 673억원의 보험료가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다만, 연간 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의 자동차에는 현재와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전병왕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연내 마무리하면 내년 1월분 보험료부터 바뀐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또 내년 하반기께 지역 및 직장 가입자의 소득 상한액 기준을 모두 높일 방침이다. 가입자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소득이 얼마나 많은지 상관없이 정해진 최고 수준의 보험료만 부과하는데, 그 기준이 되는 소득 수준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얘기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평가액) 500만원 초과 가입자(현재 153만세대)에 적용하는 소득 등급 체계를 현재 75등급에서 80등급 늘린다. 고소득 계층을 75등급부터 80등급으로 보다 잘개 쪼개 보험료를 물리겠다는 뜻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정이 이뤄지면 현재 5억원 정도인 지역가입자의 소득 상한액은 6억7천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보험료 기준 하위 80% 가구의 보험료에는 변화가 없지만, 상위 20% 가구의 보험료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가입자의 소득 상한액도 기존 7천810만원에서 8천970만원 정도로 높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직장가입자의 소득 상한액은 가입자(직장+지역) 평균보험료의 30배 정도에 맞춰 주기적으로 조정되는데, 지난 8월 기준 가입자 평균 보험료 8만9천531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상한액이 8천970만원 정도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전병왕 과장은 "소득등급과 소득상한액 조정은 내년 11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