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철 회장
수도권 진출·혁신기술 올인
안씨부자 '과감한 결단'
모바일 도료 최강자 부상
새로운 50년 "강소기업 육성"


한진화학(주)는 지난 50년간 도료 생산기업으로 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특수도료 생산분야에서 업계의 선두에 서 있다.

특정분야의 장수기업들은 기업환경의 변화에 적응한 장수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한진화학도 예외는 아니다. 한진화학의 장수유전자는 1대 안도현 회장의 25년과 2대 안성철(59) 회장의 25년, 부자의 50년 외길 경영을 통해 완성됐다.

창업주 안도현 회장은 일본유학을 마치고 산업화시대 태동기인 1963년 부산에 광명페인트공업사를 설립한다. 그는 1973년 1차 오일쇼크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수도권 진출이라는 단안을 내린다.

수도권과 떨어져서는 기술, 인력, 물류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판단에서다.

1974년 의왕시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고 사명도 '한진화학공업주식회사'로 개명한다. 이후 그는 외국산 페인트를 능가하는 기술보유에 총력을 기울인다.

선친의 유전자가 어찌 아들을 외면할까. 1988년 안도현 회장이 작고하자 30대 초반에 경영을 물려받은 안성철 회장은 제품 다변화를 위한 기술혁신에 사운을 걸었다. 기술혁신을 위한 투자라면 회사까지 담보로 내놓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사내 중역들의 반대가 심했다. 그들에게는 업계의 중견으로 성장한 회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그러나 안 회장은 자신의 통찰을 믿었고, 기술 제휴를 위한 협상을 강행했으며, 그때마다 회사의 담보서류는 상대에게 그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됐다.

안 회장의 결단은 회사의 도약으로 이어졌다. 선진기술 도입으로 한진화학은 선박·악기·플라스틱용 도료 등 특수도료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이 분야의 독보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연간 6만t 생산규모의 최신 제조설비를 갖추고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에 생산공장을 설립해 글로벌 경영 시대를 열었다. 1997년 100만불 수출탑이 지난해에는 2천만불 수출탑으로 덩치를 키웠다.

특히 모바일 시대의 도래와 함께 한진화학은 고공비행중이다. 모바일폰과 IT제품 도장도료 분야에서 최고기술을 보유한 덕분이다. 삼성의 핵심 파트너로서 모바일 도료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오는 15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진화학의 장수유전자는 결국 부자 2대에 걸쳐 도료산업 외길을 걸어온 전문성과 산업생태계의 변화를 예측한 기술혁신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1대 안도현 회장의 '신뢰경영'과 2대 안성철 회장의 '섬김경영'이 직원과 고객에게 윤리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성장의 바탕이 됐다.

'한번 한진인은 끝까지 한진인'. 한진화학에는 퇴직 후에도 다시 입사한 근로자가 많다. 회사와 직원의 신뢰가 끈끈할 수밖에 없다. 고객은 사전, 사후 서비스로 철저하게 섬긴다.

"지나온 반세기가 열정의 50년이라면 앞으로의 반세기는 혁신의 50년입니다." 창립 50주년을 앞둔 안성철 회장의 소회이자 포부다.

안 회장은 "혁신 DNA를 끊임없이 진화시키면 반세기 역사의 장수기업이자 새로운 반세기를 시작하는 청년기업 한진화학은 한국의 간판 '강소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왕/윤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