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세력 척결(보수단체)" vs "이석기 석방(진보단체)"

33년만의 내란음모 사건 첫 공판이 열린 12일 오후 2시 수원지법 110호 법정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비롯, 피고인 7명이 입장했다.

검은색 양복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노타이 차림으로 법정에 나온 이 의원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과 악수를 나누는 여유를 보였다.

진보당 경기도당 김홍열 위원장은 방청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피고인 7명에 김칠준, 이정희, 심재화 등 변호사 16명 등 23명은 피고인석이 모자라 법정경위석까지 차지했다.

곧이어 재판이 시작되고 형사12부 김정운 부장판사의 재판과정 설명에 이어 검찰의 공소사실 진술이 진행되자 이 의원 등 피고인들은 굳은 표정으로 아래쪽을 응시했다.

▲ 33년만의 내란음모 사건 첫 공판일인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법 앞에서 공판 방청권이 선착순으로 배부되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인단 의견 진술과 이 의원 피고인 진술 과정에서 탈북 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5명이 "이석기 살려두면 나라 망합니다", "북에서 지령받은 것이다" 등 허락받지 않은 발언으로 재판 진행을 방해해 3명이 사흘 감치명령을 받았다.

재판에 앞서 수원지법 정문 앞은 오전 이른 시각부터 보수·진보단체의 대치 집회와 상황을 주시하는 경찰 기동단 등 수 백명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블루유니온 등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은 수원법원 좌측 건너편 인도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이석기 엄벌' 등을 주장했고, 통합진보당 당원 등 진보단체 회원 100여명은 법원 우측 건너편 인도에서 정당연설회를 열고 '국정원 규탄, 이석기 석방'을 요구했다.

양측의 대치 집회가 자칫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탓에 법원 앞은 그야말로 '태풍전야'를 방불케 할 정도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은 편도 2차로인 법원 진입도로 중 각 1개 차로씩을 경찰버스 10대로 막고 경찰 병력 9개 중대(여경 1개 소대) 등 800여명을 배치해 상황에 대비했다.

▲ 33년 만의 내란음모 사건 첫 공판이 끝난 12일 오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경기도 수원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도로에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면서 법원을 방문하려던 민원인 중 일부가 재판에 늦었다며 경찰에 불만을 제기하는 등 한때 소동이 일기도 했다.

오후 1시 내란음모 사건 첫 공판 방청권 배부가 시작되자 통일미래연대 소속 탈북회원 26명은 차례로 줄을 서 방청권을 받아갔다.

앞서 탈북 회원 60여명은 방청권을 받기 위해 사흘 전부터 배부처 옆에서 밤샘 대기해 왔다.

형사 110호 법정 98석 가운데 취재진 방청권 30장과 수사 및 재판 관계자 42장을 제외한 26장만 일반에 배부됐다.

수원지법은 방청권 경쟁이 치열해 지자 2차 공판부터는 선착순이 아닌 추첨제로배부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첫 공판 방청권 배부는 탈북 단체 회원들이 워낙 오랫동안 대기해 온 탓에 별 충돌없이 끝이 났다.

오후 1시 40분께 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사건 피고인 7명을 태운 호송차량이 정문을 통과해 법원으로 들어갔고 이어 오후 2시 재판이 시작됐지만 보수·진보단체 회원들은 별다른 동요없이 각자의 집회에 매진했다.

▲ 33년만의 내란음모 사건 첫 공판이 끝난 12일 오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측 변호를 맡은 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경기도 수원지법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4시께 보수단체 회원들은 자진 해산했고, 30분여 뒤 진보단체도 1차 해산했다가 5시 반부터 1시간여 동안 촛불집회를 연 뒤 자진해산했다.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오후 6시 33분께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한 탈북단체 회원이 "법정 앞에서 건장한 남성 4∼5명이 발로 차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한 뒤 달아났다"고 주장, 경찰이 진위 파악에 나섰다.

재판은 오후 6시 20분께까지 4시간 20여분 동안 진행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