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공식 방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푸틴 대통령은 전(前) 방문국인 베트남에서 이날 새벽 한국에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새 정부 출범 후 한반도 주변 4강국 정상 가운데 첫 번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푸틴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 기자회견에서 향후 양국관계 비전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푸틴 대통령과 늦은 오찬을 함께한다. 오찬에는 양국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정계와 재계, 학계, 언론계 관계자 80여명이 참석한다.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때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유라시아를 하나로 연결하자며 박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관련한 한ㆍ러 협력관계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양 정상은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철도공사와 북한 나진항이 '라손콘트란스'란 합작회사를 설립,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한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극동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작업, 복
물류 사업 등이 골자다.

사업 참여는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남북간 인적ㆍ물적 교류를 중단한 '5ㆍ24 조치'가 유지되는 점을 고려, 우리 기업들이 '라손콘트란스'의 러시아 측 지분 70%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인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한 걸음 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구간이 아직 열리진 않았지만 유라시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는 기초를 닦을 수 있고, 북한의 개방도 가속화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줄 수있기 때문이다.

회담에서는 또다른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으로 주목받는 러시아 천연가스의 한국 도입을 위한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과 우리 선박이 러시아의 영해를 이용해 북극항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양국 국책은행이 공동투자펀드를 설립, 기업의 상대국 진출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 등도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것은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상징하는 '5.24 조치'의 점진적 해제를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은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질 것으로보인다.

회담에서는 또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지역 외교 정책인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지지 표명도 예상된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일본을 제외하고 한반도 주변 4강 중 3강이두 정책을 지지함으로써 정책 실현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감안, 존중과 배려 그리고 인내의 필요성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후 협정 서명식에서는 한ㆍ러간 비자(사증) 면제협정, 교류협력 확대에 대한 협정 및 기관간 약정, 문화원 설립협정 등이 체결되며, 푸틴 대통령은 오후에 한국을 떠난다.

한편 이날 회담으로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 일본을 제외한 한반도 주변 4강뿐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중국,프랑스,러시아,영국)과의 정상외교를 마무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