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틀째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정기국회에서 새해 예산안과 법률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야당에 대한 압박 강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그동안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정략이라면서 민생살리기에 협조해달라고 호소해왔지만 이젠 원내 과반정당의 힘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특히 야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문제를 연계하자 강공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당 핵심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후보자가 법인카드 사용 내용을 제대로 답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물밑 협상카드로나 제시해야 할 연계처리 계획을 공개하면서 스스로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이번 주 소속 의원들의 국외출장을 자제토록 하고 되도록 지역보다는 국회 인근에 머물도록 했다. 여차하면 여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소집해 원내 과반을 점한 다수당의 힘을 과시하겠다는 것이다.

강창희 국회의장도 야당이 끝내 임명동의안 처리를 거부할 경우 직권상정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황이다.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3일이 지나도 청문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할 경우 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으로 상정할 수 있다는 법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이로써 여권은 언제라도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 기본준비는 갖춘 셈이 됐다. 여권에서는 강 의장이 직권상정을 강행할 경우 그 시기를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후인 18∼19일로 예상하고 있다.

유일호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문 복지부장관 후보자를 낙마시켜야 황 감사원장 후보자의 인준처리안을 통과시킨다는 것은 스스로 정치적 공세임을 자인한 것"이라면서 "정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협조라도 해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수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과 친노(친노무현)세력이 반발하는 데 대해 "사초(史草) 폐기가 확인됐다"며 반성과 책임지는 자세를 요구하며 몰아세웠다.

대선개입 의혹 관련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는 야권의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사초를 폐기하고도 뻔뻔하게 검찰의 수사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사초 생산과 보관의 총괄 책임을 졌던 문재인 의원과 친노계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를 판에 막가파식으로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