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트코인의 단위당 가격이 전날 세계 최대 거래소인 도쿄의 마운트콕스에서 675달러(71만 2천800원)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비트코인은 올 들어서만 4천700% 이상 상승했다.
마켓워치는 18일 비트코인의 가치가 600달러를 뛰어넘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에서 잇단 호재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켓워치는 비트코인 전문가를 인용해 "이 추세로 가면 1천 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의 가치 상승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비트코인 평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버냉키는 지난 17일 미 상원 국토안보위원회의 비트코인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자금세탁 등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비트코인이 장기적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버냉키는 "연준이 비트코인을 규제하거나 감독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1995년 당시의 앨런 블라인더 연준 부의장이 가상화폐가 "빠르게 개선되고 취약점을 보강하면 더 효과적인 (대체) 지급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 점을 상기시켰다고 FT는 전했다.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지난 17일 비트코인에 대해 논의하는 공청회를 하루 앞두고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에 보낸 편지를 통해 "비트코인이 다른 온라인 결제 수단들과 마찬가지로 이점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을 통화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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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치 치솟아… 버냉키 "장기적으로 유망" /AP=연합뉴스 |
한편, CNN 머니는 18일 중국이 비트코인의 '선두 주자'라고 보도했다. CNN 머니는 중국 당국이 비트코인을 규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주 중국 비트코인 주요 거래소인 BTC 차이나의 거래가 마운트콕스를 앞질렀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검색 포털인 바이두가 보안 서비스인 자이슬 결제에 비트코인을 쓸 수 있도록 한 것도 중국 내 비트코인 확산을 부추기는 주요 요소로 지적됐다.
CNBC는 18일 BTC 차이나의 봅 리 최고경영자(CEO)를 인용해 아시아 금융가의 비트코인 투자도 늘어난다는 것을 지적하며 "아시아의 비트코인 붐이 본격화되면 세계시장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마켓위치는 비트코인을 `10대 투자 거품'에 포함한 경고도 있음을 상기시켰다.
2009년 초 '나카모토 사토시'란 정체불명의 개발자가 선보인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 없이 컴퓨터 사이에서만 오가는 '사이버 머니'다. 사용자들은 누구든지 숫자와 영문 대소문자가 뒤섞인 고유의 '지갑 주소'를 받아 100% 익명으로 구매·송금을 할 수 있으며 지갑 주소는 사실상 무한대로 만들 수 있어 비밀 거래에 적격이다.
비트코인은 사용자의 컴퓨터 사이를 P2P(피어투피어) 방식으로 직접 오가는 '무국적' 통화라 국외 송금 때 중간 수수료도 매우 낮다. 코인 위조나 재사용 등 부정을 차단하는 보안 기술이 탄탄하고 민간 거래소에서 코인을 달러나 유로 등 기존 화폐로 쉽게 바꿀 수 있다. 은행 같은 중개 기관이 필요 없어 사회 기반 시설이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대안 금융 서비스로도 반응이 좋다.
비트코인을 실제 지급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계속 느는 추세로 많은 미국 온라인 장터와 유명 블로그 서비스인 워드프레스에서는 비트코인을 돈처럼 받고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ATM(자동화기기)이 등장했다. 독일은 지난 8월 비트코인을 개인 간 거래에 쓰이는 통화로 공식 인정했다.
그러나 화폐 가치가 작년 말 이후 50배 이상 치솟아 거품 우려가 크고 익명 거래 특성상 마약매매 등에 쓰일 수 있어 위험한 자산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