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희 편집국 국차장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 연설을 갖고 새해 예산안 설명을 통해 국정 전반에 대한 방향을 밝히며,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와 관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합의점을 찾아 주면 받아들일 것이다"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국회를 존중해 앞으로 정기국회 때마다 직접 국회에서 연설을 하며 의원들의 협조를 구하겠다"며 국회의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또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선 "명확한 진상 파악과 함께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당부는 공염불에 그쳤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국회를 떠나기 무섭게 "대통령이 또다시 야당과 국민을 무시했다"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정연설 규탄 집회'를 가졌다. 야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 특검과 국회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를 요구했다.

이에 여당은 국정원 특위 구성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특검 도입이 우선이라며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30분여간 진행된 대통령의 연설 동안 거의 박수를 치지 않았고, 박 대통령이 퇴장할 때도 거의 모두가 기립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일부 의원들은 시정연설에 아예 불참했고, 연설 도중 자리를 뜬 의원들도 있었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 의원들은 30여분간의 연설에 34차례 박수를 쳤다.

박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나갈 때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서 박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울러 "국정 방향에 대해서도 잘 짚었으며, 많은 현안들에 대한 해법을 포괄적으로 제시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게 뭔가.

아무리 정치권이라고 하지만 어찌 이렇게 생각이 극렬하게 다를 수 있다는 말인가. 전쟁터에 나간 군인도 아닌데. 국회의원은 어디까지나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선량(選良)들이라면 지금의 정치 행태를 당장 바꿔야 한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한 선거 때 약속은 어디에 버렸단 말인가. '헌 신발짝 버리듯 버렸다'는 말인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할 수 없는 등 면책특권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연간 1억3천796만원의 세비(국회의원이 매월 지급받는 수당 및 활동비)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회기 동안 꾸준히 등원 한다면(회기를 300일로 추산할 경우) 1억4천736여만원의 세비도 수령할 수 있다.

이는 소득수준 등의 요인을 감안했을 때 일본·미국 등 주요 선진국 의회 의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거대한 예우는 무엇 때문일까. 해답은 국민을 위해서 일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정치 행태를 보면 모든 예우를 압수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눈뜨고 보기가 민망스럽다. 여기에 현 정치판이 갈 길은 뻔하다.

야당은 특검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새해 예산안과 주요 법안 처리 보이콧에 나설 것이고, 여당은 국회선진화법 등을 놓고 우왕좌왕할 것이다. 차칫 하면 예산은 물론이고 경제 활성화, 복지 등 각종 민생 법안이 모두 묶이면서 국가가 큰 혼란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요컨대 정치 현안에서 한 걸음 물러나 국민의 삶을 먼저 바라보는 '민생 정치'의 여야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국민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정치인들이라면 현재 벌이고 있는 공방전을 즉각 멈춰야 한다.

절대 빈곤층이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민생 챙기기와 경제 살리기로 돌아가야 한다. 상대를 곤경에 몰아 넣는다고 해도 얻을 것이 없다. 국민 생활을 건강하고 풍요하게 만드는 것이 민생이요, 정치의 본령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여야가 한걸음씩 양보하는 그야말로 통 큰 정치를 거듭 강조해 본다. 박근혜 대통령은 120만 표나 되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누구도 선거 결과에 시비를 걸 수는 없다.

/박석희 편집국 국차장